00:00그날 밤
00:14어둠이 내려와도 딸의 하루는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00:20잠들기 직장까지 엄마를 살피는 고은씨
00:26엄마가 잠든 그 순간 비로소 하루를 내려놓지만
00:34오늘도 깊은 잠은 그녀를 비켜갑니다.
00:42갱년기 때문에 그런지 불면증이 좀 있는 것 같아요.
00:48잠을 잘 못 자요.
00:52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하루
00:56아이가 된 엄마에게는 이제 딸의 손길이 하나하나 필요한 일상이 되었죠.
01:05엄마 잠깐만 여기 앉아있어봐.
01:07나 기저귀랑 엄마 거 챙겨야 되니까 알았지?
01:10앉아있을 수 있지?
01:12또 혼자 빨떡 일어나서 나가면 안 돼.
01:16잠깐만 또 또 일어나서 또 갈라 그러네.
01:19엄마 기다리라 그랬지.
01:24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순간들.
01:27멈추지 않은 긴장 속에서 사소한 일상조차 쉽지 않습니다.
01:33또 벌써 자.
01:35아 핸드폰은 어디 갔지?
01:37아니 핸드폰은 어디 갔다는 거야?
01:38아휴 잠깐만.
01:40엄마 엄마 잠들면 안 되잖아.
01:44아이고 아이고 아휴
01:45응?
01:46가자 잠들면 안 돼 엄마.
01:49내 핸드폰은 어디 갔지?
01:52잠깐만
01:53기억은 자꾸 놓치고 일상은 제자리를 벗어납니다.
02:01잃어버리고
02:03아니 도대체 어디 갔다 놓은 거야?
02:06아휴 여깄네.
02:08다시 찾고
02:09가자 엄마.
02:11가자 가자.
02:13엄마 가자.
02:15자꾸만 흩어지는 기억 속에서 이어지는 또 하루.
02:19가자.
02:24엄마 거기 서봐.
02:27못 잡아 못 잡아.
02:30점점 아이가 되어가는 엄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02:36고은 씨는 오늘도 멈출 수 없는 현실 속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02:46그렇게 도착한 일터.
02:50엄마.
02:51잠깐만.
02:53잠깐만 앉아봐.
02:55문 좀 열고.
03:10고은 씨의 일터이자 엄마를 머무르게 해야 하는 자리.
03:14엄마 여기 앉아.
03:18여기 잠깐만 앉아있어.
03:21따뜻하니까 알았지?
03:23손 시러우니까 이거 따뜻하게.
03:24그리고 이 일상 속에서 또 다른 실수가 반복됩니다.
03:30아휴 기저귀를 또 가져야 될지도 몰랐는데.
03:34기저귀 가방은 또 어디다 놓은 거야?
03:37응?
03:39기저귀 가방을?
03:41기저귀 가방을 어디다 놨지?
03:43분명히 챙겼는데.
03:46어디다 놨지?
03:50어디다 놨지?
03:51엄마 그거 저기 기저귀랑 다른 거 거기다 두고 왔나?
03:56없어?
03:57아니 그럼 어디다 놨어?
03:59나 여기 빠지 내려서 바로 여기만 왔는데.
04:01미안하네.
04:02알았어 끊어봐.
04:03엄마 여기 잠깐만 있어봐.
04:05너 밖에 나갔다 올게.
04:08혼란은 점점 쌓여갑니다.
04:11어마어마 여기다 두고 왔네.
04:18진짜 물건을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04:21요즘에 너무 깜빡깜빡거려요.
04:23언제부턴가 자신에게서 엄마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그녀.
04:28설마 단순한 건망증이겠거니 넘기려 했지만 문득 두려움이 밀려오는 고은 씨입니다.
04:35이게 지금 네이비가 스몰이 두 개 왔고.
04:44바지는 지난번에 주문한 건데 다시 또 들어갔나.
04:48주문하라.
04:49이게 그레이 하나, 파랑 하나.
04:53하나 옷이 많이 들어왔네.
04:55이게 주문한 지가 꽤 돼서.
04:57수영 파악이 안되는데.
05:01아 이게 산이 왜 이렇게 안맞지.
05:03뭘 빼먹은 거야.
05:04아씨 기억이 안나네.
05:08손님이 오셔가지고 외상값을 지난번에 오셔서 갚고 가셨다는데
05:13저는 전혀 받은 기억도 없고
05:16받은 거를 기억을 해놔야 되는데
05:18받은 것도 체크 안 해놔갖고
05:19지난번에 외상한 거 아니었어요.
05:21그래도 기분 나빠한 적도 있고
05:23건망증 때문에 진짜 일상이 많이 무너지고
05:26운영이 너무 힘들 때가 너무 많아요.
05:29내가 이렇게 감사얘기 뜨는 거 봐봐.
05:32읽어봐봐.
05:38흔들리는 일상을 붙잡기 위해 방법을 찾기 시작한 고은씨.
05:44그녀의 변화, 단순한 건망증일까요?
05:50엄마 나 뭐하고 있어?
05:52뭐 쓰자.
05:54뭐 하는 건데 이게?
05:56뭘 하나 같이 하라.
05:58감사얘기 쓰는 거야.
05:59감사얘기.
06:00엄마도 쓸까?
06:02왜 써봐.
06:03엄마가 한 줄 써봐.
06:07제가 너무 건망증이 심해서
06:09하루 종일 막 이것저것 잊어버리고
06:11자존감이 너무 떨어져서
06:12이렇게 감사얘기를 쓰면서
06:15그날 하루를 정리하고
06:16제가 또 마음을 또 잘 다스리고
06:18그러고 있는 중이에요.
06:20남들이 갱년기 증상이라고 하는데
06:22정말 갱년기 증상만으로
06:26이렇게 깜빡거리는 건지
06:27진짜 엄마처럼 이렇게
06:28저도 치매가 걸리면 어떡하나
06:31이렇게 걱정이 돼서
06:32제가 엄마 돌봐야 되는데
06:34엄마 같은 치매 걸리면 안 되잖아요.
06:36그래서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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