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좀 지켜라 익명 저격글 올렸다가 어떻게 된 사연인지 꽁투로 만나보시죠.
00:08여러분 지옥철이란 말 아시죠? 저도 매일 출근길 지옥철에 시달리다가 얼마 전부터 회사 통보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00:17정해진 시간에 늘 비슷한 사람들끼리 타고 다니다 보니까 훨씬 편하더라고요.
00:22근데 너무 익숙해진 탓이었을까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00:27저기요 옆자리 가방 좀 치워주시면 안 돼요? 사람들 타는데 두 자리씩 쓰고 이러시면 안 되죠.
00:34아니 뭘 그렇게 예민하게 그러세요. 아직 사람들 다 안 탔잖아요. 자리가 이렇게 텅텅 비어있는데 사람 오면 그때 치우면 되잖아요.
00:42버스 뭐 전세냈어요. 같이 쓰는 버스인데 매너 좀 지켜주시죠.
00:47불꼬리야 정말. 왜 저래요 저 사람.
00:51처음에는 그냥 서로 기분이 좀 상한 정도였죠.
00:54근데 비슷한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저도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00:59그로부터 며칠 뒤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01:04수림씨 수림씨 이거 익명 게시판 봤어?
01:07네? 아니 왜요?
01:08직장 익명 게시판에 우리 통근버스 얘기가 올라왔는데 말이야.
01:12아무리 봐도 수림씨 얘기인 것 같아서 이거 좀 봐봐.
01:16빈 옆 좌석에 가방이나 짐 올려놓고 선점하지 않기
01:21좀 지켜라 빌런들아 통근 벌레들 박멸될 그날까지
01:26벌레들 전시
01:28이게 뭐야 이게 뭐
01:30이거 분명
01:32이재용
01:34그 인간이 쓴 글이야
01:36내 이 인간을 가만 안 둬
01:38야 이재용
01:40아니 뭐야 뭐 소리를 지르고 그래
01:42기차 화통을 삶아 드셨나
01:43왜 이러는 거예요
01:44너지?
01:46이걸 쓴 사람 너지?
01:47아니 막 그렇게 반말하고 말이야
01:49너지요
01:50아니 그걸 썼다는 증거리도 있어요.
01:52왜 생사점을 잡고 트집을 잡고 그래요
01:54이런 글 쓸 사람이 당신 말고 또 누가 있어
01:56장진택 그런 거 쓸 사람 아니거든
01:58너 강성신 아니거든
02:00이재용 당신이야
02:02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 파악이 안 되나 본데
02:04사진 당장 안 지우면 내가 고소할 거야
02:09알았어요. 알았어요. 지웠어요. 지웠어요.
02:11지웠어요. 미안해요.
02:13거 봐. 거 봐. 딱 걸렸어.
02:15내가 당신이 이럴 줄 알았어.
02:17네가 쓴 거 맞잖아.
02:19나 이거 그냥 안 넘어가.
02:20법대로 하자고. 법대로!
02:23세상에 이런 황당한 일이 또 있을까요?
02:26몰래 사진을 찍은 것도 모자라서
02:28저를 벌레라고 조롱한 글 때문에
02:30저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02:32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 저는 결국
02:35그 사람을 상대로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02:40과연 저는 이 사람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02:46많이 화났어.
02:48지웠다. 미안하다. 이랬으니까 본인이 쓴 게 맞다고 시인한 것 같은데
02:52그런데 이거 법적 책임을 어떻게 지게 됩니까?
02:57문제 될 수 있어요.
02:58먼저 좀 가렸다라고 했잖아요.
03:01이 사람인지 딱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도
03:03한번 해볼게요.
03:04제가 이렇게 눈만 가리고 이름표만 가린다고
03:06어? 임주혜다. 임주혜 맞아요.
03:10하는 건 아니잖아요.
03:11그래서 일부 사진을 가렸다거나
03:14좀 뿌옇게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해도요.
03:18이 사람이다. 옷차림. 다른 생김새로 특정할 수 있다면
03:22그때는 초상권 침해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능합니다.
03:28얼굴 일부 가렸다고 아무 죄 없는 건 아니에요.
03:31그리고 이제 표현을 좀 들여다볼게요.
03:34벌레란 단어가 들어갔잖아요.
03:35벌레 같다. 박멸해야 된다.
03:38모욕적인 표현이 맞죠.
03:40우리 형법에서는 모욕죄를 규정하고 있어요.
03:43모욕죄는 어떤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 없이
03:46밑도 끝도 없이 사람의 평가를 떨어뜨리는 신뢰를 저하시키는
03:52그러니까 한마디로 나를 욕하는 표현을 했을 때
03:55모욕죄 성립할 수 있습니다.
03:57그런데 언제나 성립하는 건 아니고요.
03:59많은 사람 공공장소에서 나를 특정해서
04:02나라고 알 수 있는 그런 정보들을 흘린 다음에
04:05벌레 같다라고 표현했다면
04:07충분히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04:11우리 사연으로 돌아오면 익명 게시판이었어요.
04:15익명 게시판에서 충분히 내가 누군지 알만한 정보와 함께
04:19벌레 같다라고 표현했다면
04:21모욕죄, 1년 이하의 징역,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죄로
04:26처벌은 가능할 수도 있는 사안이고요.
04:29만약 여기에 덧붙여서 구체적인 사실과 함께 언급했다, 통근버스에서 자꾸 자리 맡아서 너무나도 나쁜 사람이다, 어떤 사실자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잖아요.
04:42그럴 때는 명예훼손죄 역시 검토가 가능합니다.
04:45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