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남편의 퇴직 소식이 들려오던 날
00:28우리 집 창밖으로 들이오던 햇살이 순식간에 잿빛 먹구름으로 뒤덮이는 기분이었답니다.
00:35평생을 성실하게 직장만 알고 살아온 남편이기에 그 충격은 더했지요.
00:40가장의 어깨가 무너지는 소리가 집 안 곳곳에 울려 퍼졌고
00:43예민해진 공기 속에서 우리 가족의 평온했던 일상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답니다.
00:50대학생인 큰아들과 고등학생인 작은아들이 제 용돈이라도 벌겠다고
00:55편의점 알바를 시작하며 늦은 밤 들어오는 모습을 볼 때면
00:58엄마인 내 가슴은 미어지는 듯 했지요.
01:02남편은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려 일용 잡급직을 전전했답니다.
01:06새벽같이 나갔다며 저러 돌아오는 남편의 뒷모습은 날이 갈수록 작아져만 갔지요.
01:12과거에 번뜻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01:15스스로를 자책하며 깊은 우울의 늪으로 빠져드는 남편을 지켜보는 것은
01:19아내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답니다.
01:23설상가상으로 시아버님마저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01:26참아 말씀은 못하시면서도 낡은 모자를 눌러쓰고
01:30독거노인 무상 점심 배급소를 찾아 긴 줄을 서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01:34나는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이었지요.
01:38이제는 내가 나서야만 한다는 사실을 운명처럼 직감했답니다.
01:42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지요.
01:45고학력도 특별한 기술도 없는 내가 이 거대한 경제적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답니다.
01:52푼돈을 벌어다 줘봐야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테고
01:56그렇다고 당장 생계를 위해 험하고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 수도 없는 진태양난의 상황이었지요.
02:03수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현실적인 일자리를 찾아 헤맸답니다.
02:09그러다 운명처럼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목욕탕의 쇄신사라는 직업이었지요.
02:15처음 이 일을 결심했을 때 남편과 시아버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답니다.
02:22하지만 가족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수치심을 앞섰지요.
02:27나는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이 일을 제안했답니다.
02:31우리 가족을 위해 몸을 써서 정직하게 돈을 벌어보려 해요.
02:34처음엔 완강히 반대하던 남편과 아버님도 나의 굳은 결의를 보시고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셨지요.
02:42나는 쇄신기술을 조금이라도 빨리 익히기 위해 남편과 시아버님의 등을 빌려 수없이 실습을 반복했답니다.
02:50거칠어진 내 손길에 그분들이 아파하면서도 미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날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02:56어렵게 시작한 목욕탕 세신사라는 일은 상상이상으로 고된 노동이었답니다.
03:02뜨거운 숲기와 땀 그리고 하루 종일 서서 몸을 쓰는 일은 내 관절 하나하나를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지요.
03:10하지만 사람이란 참 대단한 존재예요.
03:13시간이 지나며 요령이 생기고 손끝에 힘을 주는 법을 깨우치니 조금씩 수입도 늘기 시작했답니다.
03:20특히 단골손님들이 내 손길이 너무 시원하다며 건네주는 정성어린 팁은 단순히 돈 이상의 감동이자 내가 이 일을 해나갈 수 있게 하는
03:29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지요.
03:32이제 나는 제법 능숙한 베테랑 세신사가 되었답니다.
03:36아침에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가 뜨거운 물속에서 땀을 쏟아내는 동안 나는 삶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배우지요.
03:43비록 세상이 흔히 말하는 존경받는 전문직은 아닐지라도 누군가의 묵은 뜰을 씻겨주고 그들의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자부심으로
03:53다가오는지 모른답니다.
03:55하루 일을 마치고 목욕탕을 나설 때면 비록 내 몸은 녹초가 되었을지언정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 가볍고 뿌듯함을 느낀답니다.
04:05남편도 이제는 조금씩 우울증을 털어내고 일용직 일터에서 다시금 기운을 차리고 있답니다.
04:10내가 땀 흘려 벌어온 돈으로 시아버님의 식탁이 다시 풍성해지고 아들들의 웃음소리가 집안에 감돌기 시작했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선택한 이
04:20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지요.
04:23우리는 매일 밤 모여 앉아 서로의 하루를 다독이고 정직하게 땀 흘려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감사를 나누곤 한답니다.
04:31이 작은 기쁨들이 모여 우리 가족의 미래를 다시 밝히고 있는 것이지요.
04:36물론 일을 하다보면 때로는 가슴 아픈 편견과 마주할 때도 있답니다.
04:41하지만 이제는 흔들리지 않아요.
04:44내가 씻겨드리는 것은 단순한 때가 아니라 지난 날의 고단함과 아픔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지요.
04:53새신실 안에서 손님들과 나누는 인생 이야기는 그 어떤 상담보다 진솔하고 깊이가 있답니다.
04:58그 과정에서 나는 누군가의 삶을 위로하고 또 위로받으며 조금씩 더 강인한 엄마로 더 성숙한 아내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에요.
05:08앞으로 얼마나 더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05:12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 가족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에요.
05:18나의 거칠어진 손은 우리 가족을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기둥이자 가장 아름다운 훈장이랍니다.
05:26비록 남들에게 당당하게 밝히기 부끄러운 직업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05:30나에게는 이 일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고 삶의 의미를 찾았으니
05:35그 어떤 성공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자부한답니다.
05:39주변의 시선보다 내 가족의 웃음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야 온전히 깨닫게 되었답니다.
05:45예전에는 남들의 시선에 갇혀 진정한 행복을 보지 못했는데
05:49이제는 땀 흘려 일하는 나의 현재가 정말 사랑스럽게 느껴져요.
05:55나는 오늘도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답니다.
06:02누군가에게 작은 시원함을 선물하는 이 일이 나라는 사람을 얼마나 값지게 만드는지
06:07이 글을 읽는 분들도 조금은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요.
06:11시아버님이 이제는 배급소 대신 내 정성어린 밥상을 받으시며
06:16우리 며느리 고생이 많구나 라며 등을 두드려 주시는 그 따뜻한 손길이
06:21세상 그 어떤 보약보다 나를 강하게 만든답니다.
06:25아들들 역시 엄마의 고생을 알기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06:28남편도 내 뒤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지요.
06:32우리 가족의 이 회복은 단순히 경제적인 여유를 되찾는 것 그 이상이랍니다.
06:37서로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그 고통을 기쁨으로 바꾸어가는 법을 배우는 아주 위대한 과정인 것이죠.
06:45밤마다 퇴근길에 옥상에 올라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06:48낮 동안의 고단함이 다 씻겨 내려가는 듯해요.
06:52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많은 손님이 오겠지
06:55그들에게 더 정성껏 안마를 해드려야지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07:00나는 매일 밤 평온하게 잠자리에 든답니다.
07:03새신사의 삶 그것은 내게 있어 고난의 시기를 뚫고 나온 승리의 기록이자
07:08앞으로 우리 가족이 써내려갈 행복한 이야기의 서막이랍니다.
07:13나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행복한 여자랍니다.
07:17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냐고
07:21나는 주저없이 대답할 거예요.
07:23나는 내 가족의 삶을 씻겨주고
07:26이웃의 고단함을 닦아주는 삶의 새신사라고요.
07:30땀 흘려 번 돈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07:33그리고 그 돈으로 차린 밥상이 얼마나 맛있는 것인지
07:36나는 이 일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답니다.
07:40여러분 지금 혹시 어려움에 처해 계신가요?
07:43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07:45우리 가족처럼 묵묵히 땀 흘려 닦다 보면
07:48반드시 언젠가 먹구름은 거치고 눈부신 햇살이 다시 비칠 거예요.
07:53내가 흘린 땀방울 하나하나가 우리 가족의 희망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07:58좁은 새신실 안에서 나는 비좁은 현실을 뚫고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답니다.
08:04내가 닦아낸 것은 몸의 때가 아니라
08:06우리 가족을 짓눌렀던 절망의 흔적이었던 것이지요.
08:10이제 나는 더 이상 외롭거나 두렵지 않답니다.
08:14나를 믿어주는 가족이 있고 내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이 있으니까요.
08:19이 평범하지만 위대한 일상을 나눈 끝까지 아주 당당하게 지켜나갈 생각이랍니다.
08:25마지막으로 나의 손을 거쳐간 모든 분과
08:28나를 기다려주는 우리 가족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08:32나의 거칠어진 손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더 크게 사랑해주겠다고 다짐합니다.
08:37우리의 인생은 이제 다시 시작이에요.
08:41굴곡진 터널을 지나온 만큼
08:42앞으로는 더 평탄하고 아름다운 길만 펼쳐질 거라 믿어요.
08:47여러분도 저의 이 작은 용기를 보며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08:52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08:56오늘도 참 수고 많으셨어요.
08:59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09:07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09:46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10:21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10:39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11:07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11:37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12:17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12:45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13:16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13:48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14:07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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