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봉춘이 간다] 골프장 지으니 땅 내놔라?…"이게 법이라니"

  • 6년 전

◀ 앵커 ▶

수십 년 살아온 내 땅에 아파트나 도로, 심지어 골프장을 지어야 한다며 주는 돈 받고 떠나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그런데 이게 법이라고 하니 더 억장이 무너진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에서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농촌마을.

한창 바쁜 농번기인데도 주민들이 일손을 놓고 하나둘 모여듭니다.

몇 대를 걸쳐 살아온 고향 땅에 신도시 건설이 추진되면서, 집과 토지가 강제로 수용될 처지라는데요.

[임점림/마을 주민]
"저희한테 통보도 없이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까 (강제수용) 현수막이 붙어있는 거예요. 현수막 보고 알았어요. 이런 날도둑은 없죠."

보상 받으면 떼돈을 벌지 않느냐는 사람들도 많지만, 보상 기준은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공시지가.

대출금을 갚고 나면 빚더미에 앉을 처지라는 게 이들의 얘기입니다.

[김정애/마을 주민]
"쫓겨나게 생겼으니 어디 가서 어떻게 해요? 이거(공시지가) 가지고 우리 강원도 산골 갈까요?"

10년 전 도로가 뚫려 울며 겨자먹기로 땅을 내놓고 옮겨 왔는데 이번엔 아파트가 들어서 나가야 한다는 주민도 있습니다.

[권순녀/마을 주민]
"(강제수용을) 당해서 이쪽으로 왔는데 또 당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는 수용이라는 소리만 들으면 자다가도 잠이 벌떡벌떡 깨요. 너무 억울해서."

도로나 공공주택도 아닌 골프장 때문에 땅을 등져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22년째 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해 온 조호연 씨는 부지가 강제수용 당할 상황.

폐업 밖엔 답이 없다고 합니다.

[조호연/폐기물처리업체 대표]
"사기업이 공공사업을 내쫓는 게 이게 대한민국 법이에요? 말이 안 되지."

강원도 홍천군의 이 골프장은 그렇게 16가구를 강제수용했습니다.

수십 년 넘게 살아온 내 집, 내 땅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 것도 모자라, 8백 그루가 넘는 나무까지 뺏겼다는데요.

[변정애/강제수용 주민]
"근데 더 기가 막힌 건 그 나무들을 자기네들이 갖다가 골프장에 버젓이 심어놨다는 거예요."

억장이 무너진다지만 도리도 없습니다.

현행 토지보상법으로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7년 전 골프장 건설 때문에 땅을 강제수용하는 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는데도 관련법 개정안은 아직 없습니다.

[이정미/정의당 대표]
"토지 수용의 공익성 검증 없이 사업을 추진하도록 만든 법안이 무려 110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공익성 검증이라는 것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습니다."

강제수용으로 밀려난 뒤 마을회관 창고에 살림살이를 보관한 지 8년째라는 신선영 씨는 아직도 마을 주변을 떠나지 못한다는데요.

[신선영/강제수용 주민]
"그 상황이 지금까지도 안 잊혀요. 포클레인으로 지붕에서부터 콱 내려찍던 그 생각이…."

골프장 조성 등을 이유로 지난 9년간 국가에 강제수용된 토지 면적은 1천106제곱킬로미터.

여의도 땅의 1백32배, 인구 21만 명의 충주시보다 넓은 면적입니다.

[백선희/강제수용 주민]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유재산을 이렇게 무분별하게 사익을 추구하는 사업가를 위해서 국가가 나서서 뺏어준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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