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봉춘이 간다] 값싼 외국 제품에 밀려 도예 명맥 끊기나

  • 6년 전

◀ 앵커 ▶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 전통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자기인데요.

값싼 외국 제품에 밀리면서 전통 도자기의 명맥마저 끊길 처지라고 합니다.

도자기의 고장, 경기도 이천 도예촌에도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는데요.

에서 찾아가 봤습니다.

◀ 리포트 ▶

투박한 흙 반죽에 섬세한 손길이 더해지고 서서히 도자기의 윤곽이 드러납니다.

서광수 도공은 무형문화재이면서 대한민국 도자기 명장인데요.

손에 흙물 마를 날 없이 도자기를 빚어 온 지 57년, 작품 하나하나가 한국 도예의 역사입니다.

[서광수/대한민국 도자기 명장]
"일본 사람들이 도자기를 막 사러 오게 되니까 70년대 말에는 뭐 없어서 못 팔 때였어요."

흙과 물로 빚어낸 도자기는 이번엔 천 삼백 도가 넘는 뜨거운 불과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10시간의 초벌구이, 유약을 바른 뒤 다시 24시간을 불 속에서 견뎌내지만, 마침내 작품이 되는 건 절반이 안됩니다.

주문이 밀려들어 한 달에 서너 번씩 가마를 땠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석 달에 한 번 굽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외국에서 싼 생활 작품이나 그릇들이 막 들어오니까 그쪽에 눈을 돌리고, 또 우리나라 도자기를 일본이나 이쪽에서 아는 사람 자체도 나이가 먹은 분들이 이제 아는 것이지… "

대한민국 명장으로 인정받은 최인규 도공도 홀로 작업실을 지키는 날이 더 많다고 합니다.

[최인규/대한민국 도자기 명장]
"그야말로 적막강산이지 않습니까. 어떤 때는 사람이 한 분도 들어오는 경우가 없는 날들이 많고… "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된 도공은 전국적으로 15명인데요.

그나마 명장 자격이 있는 도공은 형편이 나은 상황, 나머지 도공들의 삶은 더 팍팍하다고 합니다.

직업을 바꾸거나, 생활고 때문에 겸업하는 도공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데요.

[지복식/경기 도자공예 장인]
"저 역시 (일주일에) 4일을 도자기에 투자하고 3일은 어떤 데서 약간의 수입을 올리는 투잡을 뛰고 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거든요. 이 도자기만 가지고 팔아서 학비, 의식주, 공과금이 처리가 안 돼요."

기본적인 생계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전통 도예를 계승하려는 후학들의 발길도 끊어졌습니다.

이천 도예촌에서 활동하는 도공 3백여 명 가운데 40대의 젊은 도공은 50명이 채 안 됩니다.

손에서 손으로, 수천 년을 이어온 전통 도예의 맥이 내 세대에서 끝나는 건 아닐지 장인들의 시름은 깊어갑니다.

[서광수/대한민국 도자기 명장]
"요새는 막 찍어내서 하는 그런 것을 사주는 거죠. 그게 싸니까… 우리같이 완전히 손제품으로 나오는 것은 겨우 돌리고 있는데, 앞으로가 이제 걱정이죠. 어떻게 될 건가… "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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