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봉춘이 간다] 대기업 믿었는데…'갑질'과의 전쟁 선포

  • 6년 전

◀ 앵커 ▶

대기업에 납품해온 중소업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더 이상 숨지 않겠다, 공정한 거래 환경을 만들겠다며 이른바 '갑질'에 맞서겠다 나선 건데요.

무슨 사연인지 에서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전북 전주시 외곽의 돼지고기 가공 공장.

수요가 늘어나는 휴가철을 앞두고 한창 바빠야 할 때지만 고기를 손질하는 직원은 세 명 뿐이고 사무실은 텅 비었습니다.

[윤형철/(주)신화 대표]
"직원이 1백46명 정도 활동했던 회사거든요. 지금 회생 절차를 밟는 동안 20여 명으로 줄어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시장에서 청과물 도매상을 하던 김정균 씨는 올해 초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소매도 아니고 대형 유통업체 납품을 했는데도 폐업을 피할 수 없었다는데요.

[김정균/성선청과 대표]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면서 꾸려나간게 2013년도 6월까지 했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발생한 문제는…."

그리고 충남 당진에서 20여 년 매출 7백억 원 대 중소 건설업체를 운영하다 최근 폐업에 들어갔다는 안동권 씨까지 업종도, 규모도, 소재지도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털어놓는 이름은 하나입니다.

바로 롯데그룹입니다.

[윤형철/(주)신화 대표]
"기회인 줄 알았죠. 대기업이고. 롯데라면 그래도 신뢰있는 기업으로 저는 그때 당시에 분명히 생각했으니까요."

6년 전 롯데마트에서 납품을 제안해 와 안정적인 판로가 생겼다는 생각에 기뻐했던 것도 잠시, 대목이라는 '삼겹살 데이'가 가까워지면 더 마음을 졸였다는데요.

원가보다 낮은 값에 고기를 달라는, 납품업체 입장에선 사실상 내놓으라는 거나 마찬가지인 요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2015년 통화내용]
"그냥 저 40톤 무조건 주세요. 사장님. 사장님, 저 진짜 40톤 안 주시면 (너무 많이 까져가지고, 원가로..) 되게 서운할 것 같아요."

[윤형철/(주)신화 대표]
"쉽게 얘기해서 원가 이하에 납품 단가를 요구해요. 무려 한 40에서 50% 단가를 후려치는 것이거든요."

전주에서 수도권 물류센터까지 고기를 갖다주고도 물류비용은 따로 무는 것도 모자라 할인행사에 동원되는 판촉사원 인건비까지 수십억 원을 부담했다고 윤 사장은 말합니다.

약속한 납품 수수료보다 10%나 더 떼어가는가 하면

[김정균/성선청과 대표]
"저하고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자기들 임의대로 25% 수수료를 챙겨간 거예요."

롯데건설 하도급을 받아 건물을 짓고도 10년째 공사비의 절반도 못 받았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안동권/아하엠텍 대표]
"그 돈만 받은 거야. 53억(원). 다 합해서 53억."

처음엔 대기업 간판을 믿었다는 이들

[윤형철/(주)신화 대표]
"롯데에 대한, 대기업 자체는 중소기업들의, 어떻게 보면 신뢰의 대상이 되는 것이거든요. 설마 대기업이.."

하지만 자신만 겪은 게 아니라는 걸 안 뒤엔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알리겠다고 뭉쳤고, 함께 나섰다고 합니다.

[김정균/성선청과 대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다들 보시더라고요. 어려운 싸움이다. 10년, 20년 갈거다."

롯데 측은 피해자들의 주장은 대부분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 판단을 받았거나 심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

을들의 반란은 이제 시작입니다.

[김영미/롯데피해자연합회 회장]
"아,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구나. 우리가 함께 모여서 집회도 하고 목소리를 내야겠다. 세상 밖으로 우리가 나가야겠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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