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봉춘이 간다] 공공사업 한다더니…내 땅 뺏어가 땅 장사?

  • 6년 전

◀ 앵커 ▶

골프장을 짓는다고 수십 년 살던 땅을 강제로 수용당했다는 사연 이틀 전 에서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공공사업 한다고 땅을 수용해 갔는데 정작 그 땅에 민간아파트가 들어섰다고 사연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마봉춘이 간다에서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울산의 젖줄 태화강변에서 4대째 살아오며 농사를 지어온 변덕순 씨.

그런데 내년이면 집도 땅도 떠나야 할 처지입니다.

[변덕순]
"시할아버지가 산 땅이라서 대대로 물려주려고 저기서 팔라고 해도 우리 안 팔았어요."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이 일대 13만여 제곱미터를 공공주택지구로 개발하겠다고 나서면서 마을 전체가 땅을 강제수용 당할 판이라는데요

이런 일을 처음 당하는 게 아니라는 주민도 한둘이 아닙니다.

[유수룡]
"지금 이제 마지막 4차 (수용)인 셈인데 이것마저 다 들어가고…. 그때 2천 평정도 됐는데 다 들어갔어요. 수용 다 해줬습니다."

넉 달 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부산 기장군의 이 마을은 사정이 더 다급합니다.

토지보상 절차가 시작돼 당장이라도 마을을 떠나야 할 위기이다 보니 백발 성성한 노인들이 상복을 입고 상여를 둘러멘 채 반대에 나섰는데요.

지난 5년 간 공사해 온 마을 도로가 준공을 코앞에 두고 끊기면서 더 억장이 무너진다는 주민들.

[김일중]
"200미터만 더 가면 (준공) 테이프 끊어야 되는데 LH가 (수용) 발표를 해버리니까 모든 게 다 백지화된 거예요, 백지화."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2천여 가구를 짓는다지만 하천 정비에, 관광단지 개발에 벌써 몇 번이나 땅을 뺏기다시피한 터라 아무리 공공 목적 개발이라도 수십 년째 그린벨트로 묶였던 땅을 턱없이 낮은 보상금에 내놔야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말숙]
"못 받았죠. 국가에서 하는 건 그저 강제로 뺏어가지. 돈 얼마 주지도 않고 강제로 뺏어가는 거죠."

[김부자]
"그 땅 한 평에 돈 얼마 받았는지 압니까? 13만 원 받고 줬는데 지금 그 땅 한 평에 1천만 원 넘어갑니다."

그런데 더 분통이 터진다는 주민도 있습니다.

14년 전, 공공 목적 개발이라는 이유로 농지 3천여 제곱미터를 LH에 수용당했다는 김수현 씨.

김 씨가 살던 땅에는 공공 주택이 아닌 1천 세대 가까운 민영 아파트가 들어서 있습니다.

LH가 헐값에 사들인 땅을 다시 민간건설업체에 되판 겁니다.

[김수현]
"(내 땅을) 민영아파트로 팔아먹고 상업지로 팔아먹고. 이건 너무 억울해서 진짜 분통이 터지고…."

LH가 공익 목적으로 강제 수용한 토지 가운데 이렇게 민간에 다시 매각한 면적은 지난 8년간 4백만 제곱미터.

축구장 570개 넓이의 땅을 5조 5천억 원에 팔아넘겼고, 수용 대상자들에게 지급한 보상액보다 2.5배 많은 이익을 남겼습니다.

[윤명순]
"이건 아니잖아요? 우리한테 말 한마디 없이 아무리 힘없고 보잘 것 없는 농민들이라고 이렇게 짓밟으면 안 되는 거거든요."

이 땅에서 나고 자라 90 평생을 보냈지만 수용이 뭔지도, 법이 왜 이런지도 모르겠다는 할머니.

어디에 부탁해야 하느냐며 취재진을 붙잡습니다.

[손일상]
"나는 여기 아니면 갈 데도 없고 나는 아무도 없습니다. 여기 살아야 되지. 그러니까 제발 좀 살도록 해주세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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