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봉춘이 간다] 온몸으로 철거 막는 철거민들…"누굴 위한 수용인가요"

  • 6년 전

◀ 앵커 ▶

골프장을 만들고 아파트를 짓느라 땅을 수용당한 사람들의 사연을 이번 주에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원치 않은 수용은 서울 한복판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집을 떠날 수 없다며 철거를 몸으로 막고 있는 재개발 지역 철거민들을 에서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동네 전체가 가림막에 둘러싸인 서울 장위동 재개발 7구역.

철거가 시작된 지 9개월 만에 6백여 가구가 떠났고, 이제 마지막 한 집만 남았습니다.

벌써 다섯 번째 강제 집행.

결국, 집주인 조한정 씨는 옥상 위 첨탑에 올랐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오늘은 아내 이상의 씨가 첨탑에 몸을 묶었습니다.

[이상의/장위7구역 마지막 주민]
"내가 왜 거지로 살아야 돼? 동의도 안 했어. 재개발에…. 재개발에 동의도 안 했다고.

빨래를 널고, 화단을 가꾸던 옥상에서 아내는 눈물을 쏟고.

[이상의/장위7구역 마지막 주민]
"갈 데가 없다고요. 갈 데가 없는데 어떡하라고 그러는 거예요?"

지켜보던 남편도 결국 땅바닥에 주저앉고 마는데요.

재개발 철거민들이 공권력에 희생된 용산참사 당시엔 이런 일은 생각조차 못했다는 조한정 씨.

[조한정/장위7구역 마지막 주민]
"(용산 참사) 그때는 사람들이 받을 돈을 다 받았는데 더 달라고 떼쓰는 것 같이 보였고요. 지금 다른 분들이 저를 볼 때도 역시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32년간 살아온 터전에서 쫓겨나게 됐지만, 보상금은 주변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데요.

[조한정/장위7구역 마지막 주민]
"정상적인 보상을 했다 하더라도 주변이 올라서 수평 이동이 힘들 텐데 (감정) 평가 자체가 저평가돼 있으니까 그건 더 치명적인 거죠."

원치 않았던 재개발이었지만 이웃 주민 75%가 동의했기 때문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

서울시가 추진하는 재개발 사업인데도, 강제수용권은 재개발조합이 갖고 있습니다.

[조한정/장위7구역 마지막 주민]
"왜 민간한테 줘놓고 공익사업이라고 이름을 붙여줘요? 민간한테 강제로 뺏을 수 있는 길을 줬는데 그 사람들이 높은 값을 줄 리가 없잖아요."

턱없이 낮은 보상액과 재개발 이후 치솟는 높은 분담금.

원주민들이 재개발된 동네에 다시 정착하는 비율은 20%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조한정/장위7구역 마지막 주민]
임대아파트 불과 몇백 가구 지으면서 (민영아파트) 1,711 가구를 지으면서 이걸 공익사업이라고 한다는 건…. 이건 공익이 아니잖아요?

아버지가 유산으로 물려준 땅에 직접 벽돌을 쌓아올려 지은 소중한 집.

누구를 위해, 왜 쫓겨나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조한정/장위7구역 마지막 주민]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저로서는 이 집이 그냥 집이 아니죠. 제 평생이고 제 아버지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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