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봉춘이 간다] 수십 년 기술에도 공임 '5천 원'…제화공들의 호소

  • 6년 전

◀ 앵커 ▶

머리 희끗희끗한 제화공들이 수십 년 일하던 작업실을 나와 거리로 나섰습니다.

더 이상 부당한 대우를 참지 않고 노동의 대가를 받겠다는 이들, 어떤 사연인지 에서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10여 명이 앉아 일하는 작업실에서 재봉틀과 망치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가죽을 재고 자르고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본드를 바릅니다.

구두 굽에 못을 박고 한 짝 한 짝 뒤집어 말리는 일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요.

대부분 10대나 20대 초반 이 공장에 들어와 신발만 만져왔다는 30~40년 경력의 제화공들입니다.

[최규식/제화 경력 40년]
"이거요. 뒤에 굽을 싸는 작업이에요."

가죽만 수십 년 다루다 보니 한번 보기만 해도 어떻게 만들면 발이 편할지 느껴질 정도라는 이들.

한땀 한땀 정성이 들어가서일까요?

이들이 만든 구두는 백화점에서 유명 브랜드 이름을 달고 30만 원 정도에 팔린다는데요.

국내 수제화 제조업체 70%가 몰려 있다는 성수동 공장의 제화공 대부분이 이렇게 기계를 쓰지 않고 작업하는 사실상 장인들입니다.

[이점재/제화 경력 40년]
"'우리 아빠는 이거 구두 일을 해서 이만큼 해서 우리를 키워줬다'고 어디 가서 자랑하고 그래요. 힘은 들지만 좀 떳떳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작업실에서 허리 펼 일 없던 이들이 이날은 밖으로 나왔습니다.

[정기만/서울 일반노조 제화지부장]
"이때까지 한 번 울어보지도 못했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냥 노예처럼 일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노측, 백화점, 원청 이렇게 다 같이 살자는 얘기고, 상생하자는 얘기고…."

제화공들의 호소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문량이 많을 때면 하루 16시간에서 18시간까지도 일하지만 가져가는 돈은 10만 원을 조금 넘는 수준.

공임이 한 켤레에 5천5백 원에 그쳐 최저임금도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최규식/제화 경력 40년]
"20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공임이 거의 오르지를 않았어요."

업체가 주는 일감을 지시를 받고 만드는 사실상 노동자인데도, 도급 계약을 맺고 일하는 개인 사업자 신분, 이른바 소사장인 것도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는데요.

[이점재/제화 경력 40년]
"퇴직금도 아예 없고 4대 보험 같은 것도 없고 일감만 그냥 있을 때 몇 개 줘놓고…."

말이 사장님이지 신분은 늘 불안정했고

[조병진/제화 경력 41년]
"제일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 써서 여기에다가 적어서 내라는 거예요. 꼼짝없이 그냥 해고 당한 거예요."

노동자의 권리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는 게 제화공들의 얘기입니다.

[강영호/제화 경력 50년]
"이거 지금 냄새 맡아도 독하지 않아? 우리는 평생 이거 맡고 있는데. 50년 이상을."

[김영도/제화 경력 40년]
"가위질을 하도 많이 하기 때문에 여기가 다 굳어 있고. 여기는 손가락이 살짝 들어갔어요. 뼈가."

수십 년 기술자들의 땀으로 만들어진 수제화의 메카 성수동.

장인 대접은 아니더라도, 노동자 대접이라도 받고 싶다는 제화공들의 호소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