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반토막 철거’ 2년째 파편 툭툭…건물주-구청 서로 네 탓

  • 10개월 전


[앵커]
도로를 넓히려고 건물 한쪽만 싹뚝 잘라낸 상가가 있습니다.

구청과 건물주 사이에 합의가 안 돼 필요한 만큼만 강제수용한 겁니다.

1년 전, 시민 안전 위협하는 이 '반쪽 철거' 건물, 보도해드렸는데요.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9층 높이 상가 건물.

철거 공사를 하다 만 듯 콘크리트 건물이 뚝 잘려있고 샌드위치 패널로 뚫린 전면을 임시로 가려놨습니다.

지난해 5월엔 건물 외장재가 떨어지는아찔한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건물이 방치된 지 벌써 2년째, 건물 앞바닥엔 콘크리트 파편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습니다.

지하철역까지 25미터로, 평소 통행량이 많지만 이 건물 앞만큼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맞은편 상인]
"저쪽은 잘 안 다녀요, 사람들. 이쪽으로 많이 다니고."

[인근 주민]
"저 쇠가 튀어나와 있는 게 좀 위험해 보여요. 비 오는 날에는 녹슨 것들도 있고 이래서 강아지 산책하거나 이럴 때 안 좋기도 하고."

지난 2021년 12월 서울 성동구는 왕복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넓히면서 건물 12개를 철거했습니다.

이때 예정지에 일부가 걸쳐 있던 이 건물은 4분의 1 만큼만 잘라 철거한 겁니다.

건물의 출입구와 계단이 있던 공간은 시민들이 오가는 인도가 되었는데요.

철거 과정에서 절단된 계단 일부가 이렇게 밖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건물 외벽에 손을 대자 콘크리트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조한빈 / 건축구조기술사]
"저 위에도 보면 막 거칠게 떨어져 나온 부분들이 있잖아요. 비 오고 그다음에 계절을 겪으면서 동절기에 얼고 녹고 하면 균열들이 팽창 수축하면서 멀쩡히 붙어 있던 게 떨어져 내릴 수 있어요."

건물에 덧대어진 플라스틱 패널은 또 다른 위험요소.

[조한빈 / 건축구조기술사]
"태풍 불고 하면 쟤들이 바람에 날려서 떨어져서 비산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돼 있어야 하죠. 행인을 덮칠 수도 있고요."

보수도 철거도 하지 않고 2년째 방치되는 이유는 뭘까?

건물주는 여전히 건물 일부만 잘라 철거한 성동구를 탓합니다.

철거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이후 건물 관리도 거부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지난해 낙하사고의 원인이 된 외장재는 성동구가 철거하고 공사비용을 건물주에게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성동구청 관계자]
"보상비도 다 줬기 때문에 우리는 사업 다 끝났어요. 저희가 수차례 건물 보수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건물주가 시행하지 않아서 (단열재를) 강제로 철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더 많은 보상금을 달라는 건물주 요구에 현재 서울시와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최광석 / 부동산 전문 변호사]
"이렇게 부분 철거를 하게 되면 나머지 잔존하는 건물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수용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보상액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죠."

구청과 건물주의 책임 공방이 길어지는 사이, 시민 안전은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김승규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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