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대야에 물 받아 세수…택배노동자 폭염 속 이중고

  • 3년 전
◀ 앵커 ▶

연일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 속에, 온종일 물건을 배송하는 택배 노동자들이 쓰러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저희가 한 택배 회사의 분류 작업장을 찾아가 봤는데요,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건 먼지 낀 선풍기 몇 대가 전부였고, 세수 한 번 할 수 있는 세면대 조차 없었습니다.

김지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시흥 로젠택배의 분류작업장.

## 광고 ##매일 새벽 택배 노동자 30여명이 모여 지역별로 물건을 분류해, 각각 트럭에 싣고 출발하는 곳입니다.

오전 여섯시부터 서너시간 작업을 하는데, 길게 설치된 천막이 전부, 사방이 뚫려있는 야외입니다.

오늘 아침 이 지역 기온은 9시에 이미 30도를 넘어섰습니다.

이 작업장에서는 선풍기가 유일한 냉방기구입니다.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먼지가 이렇게 묻어납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 낡은 선풍기 네 대가 전부였습니다.

화장실은 악취가 고약한 재래식 간이 화장실.

땀을 씻어낼 세면대 하나 없어서, 화장실 밖 흙바닥에 고무대야를 놓고 농업용수를 끌어다 씻어야 합니다.

[박정호/택배노동자]
"뜨뜻하게 나오잖아요. 온도가 너무 높으니까… 분류작업 시간에 속옷까지 다 젖은 상태로 일 나가신다고 보면 돼요."

로젠택배측은 "최근 선풍기 16대를 추가 설치했으며, 작업장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점장]
"열악하죠. 우리만 그런 거 아니니까… 수도 하나 설치하는 데도 3천만원 얘기하고 그러니까…"

지난 28일엔 부산의 롯데택배 분류작업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쓰러졌습니다.

노조측은 "철제 구조물로 된 작업장 한편이 창문 하나 없이 꽉 막혀 있어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온이 39도까지 치솟으면서 더위에 쓰러졌다는 겁니다.

[남모 씨/택배노동자]
"이런 폭염 속에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건 아예 관심도 없는 거죠. 우리야 뭐 죽든 말든…"

롯데택배측은 "선풍기를 추가했고, 유리창과 에어컨이 있는 휴게공간도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에만 6명이 쓰러졌습니다.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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