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내 아이 학대 뉴스 보고 알았다"…사라진 CCTV

  • 5년 전

◀ 기자 ▶

바로 간다! 손은민입니다.

경북 구미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어제 뉴스를 보고 시청자들의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아동학대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경찰이 사건을 축소한 정황에 더 화가 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경찰이 CCTV 가운데 심한 학대 장면은 범죄행위에 포함시키지도, 학부모들에겐 보여주지도 않는 바람에, 학부모들 가운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 어제 저희 뉴스를 보고서야 알게 된 분도 있었습니다.

경찰이 이 사건을 얼마나 부실하게 처리했는지, 저희가 입수한 경찰의 범죄일람표와 CCTV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 리포트 ▶

경찰이 작성한 구미 어린이집 학대사건 범죄일람표입니다.

모두 76건의 학대건이 날짜별로 적혀 있습니다.

지난해 6월 27일 12시30분.

허모 보조교사가 한 아이의 팔을 세게 잡아당긴 장면이 범죄일람표에 학대 행위로 적시돼 있습니다.

불과 4분 뒤 이 교사는 아이가 토할 때까지 밥을 밀어 넣고, 토한 밥을 다시 먹이기도 하지만, 이 행위는 범죄일람표에 없습니다.

이틀 뒤인 6월 29일.

김모 보육교사가 발로 아이의 엉덩이를 밀어버립니다.

이 내용은 범죄행위에 포함됐지만 30분 뒤 허 모 교사가 아이가 갖고 있던 책으로 뺨을 후려치는 장면은 또 빠졌습니다.

경찰은 CCTV를 모두 보긴 했지만, 엄마들 눈에 범죄행위가 더 잘 보인 것일 뿐 사건을 축소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cctv를) 두번 봤어요. 전체를 이 사람이 다 보고, 다른 사람이 또 봤어요.혹시 빠진 거 없나.. 엄마는 다시 봤을 때 더 잡아낼 수는 있어요. 그런데 경찰이 그걸 고의로 누락한 건 아니라는 거죠."

문제는 또 있습니다.

경찰은 어린이집 원장을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 원장이 아이들에게 직접 가해한 적이 없고 교사들의 학대 행위가 찍힌 영상에도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으며, 원장이 학대행위를 알고 있었을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7월 17일 낮, 점심식사를 마친 뒤 교사가 상을 닦는 동안 한 아이가 옆에서 뛰어놉니다.

교사는 어린이의 팔을 잡아끌더니 데려와 앉혀 야단을 칩니다.

아이가 울자, 교사는 왼손으로 아이의 오른 팔을 강하게 잡고 장난감을 빼려 하는데, 이 때 원장이 들어와 이 장면을 보고는 행주를 던지고 나갑니다.

경찰 범죄일람표에 넣은 학대행위 장면이 버젓이 원장 눈 앞에서 벌어진 겁니다.

[피해아동 보호자]
"확인하다보니, 원장이 너무 태연하게 행주를 던지고 가면서 그 (학대) 장면을 목격하고 있어요. 어필(문제제기)을 했는데, 경찰은 거기에 대해서는 그냥 아무런 답변은 없어요. 확인을 더 해보겠다고만…"

그렇다면 검찰은 어땠을까?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피해자 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의견대로 어린이집 교사 2명에 대해서만 신체적 학대가 아닌 정서적 학대만 인정해 형사법정이 아닌 가정법원으로 사건을 보냈습니다.

학부모들은 지난 1월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달라며 대구지검 김천지청을 찾아갔지만, 복도에서 마주친 담당검사는 '서면으로 질의해달라'며 자리를 피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오히려 옆에 있던 검찰 관계자의 말에 울음을 터뜨려야 했습니다.

[피해 학부모]
"뭐하는 짓이냐며, 이렇게 찾아오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면서 저희를 벌레 보듯이 보면서... 그래도 혐의없음으로 나온게 아니니까…"

교사 2명이 '보호처분'을 받고 끝날 뻔 했던 이 사건은, 재판을 진행하던 판사가 뭔가 이상하다며 CCTV 전부를 보자고 하면서 반전을 맞게 됐습니다.

학부모들은 경찰이 보여주지 않았던 학대 장면을 어제 뉴스에서 처음 봤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피해 아동 아빠]
"아 정말 놀랐어요, 정말 당황스러웠고, 저 TV에 왜 우리 애가 나오지.. 나는 그때 그 장면인 줄알았는데.. 보니까 그장면이 아니고 밥을 먹이면서 토했는데 또 먹이더라고…좀 충격이 컸어요."

검찰 역시 MBC 보도를 보고 재수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황현덕 대구지검 김천지청장은 "부모가 찾아낸 학대 장면은 경찰 증거자료에는 없어 미처 몰랐다면서 부모가 추가 고소했으니 조사내용 면밀히 살펴서 적절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틀 동안 구미 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문제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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