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보고 알았다"…절대 알 수 없는 요양원 '학대'

  • 5년 전

◀ 앵커 ▶

얼마 전 보도해드린 한 요양원의 80대 치매 노인 폭행 사건, 가족들은 방송이 나가고나서야 폭행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내부 직원들이 학대 사실을 숨기면 절대로 알 수 없는 노인요양시설의 실태, 남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거 주까, 제가 드릴게요."

요양원에서 집으로 모셔온 지 열흘째, 87살 윤계순 할아버지는 표정도, 먹는 것도 한결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손등에는 아직 시커먼 멍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더 깊게 남았습니다.

요양원에 가기 전엔 가족들을 보면 늘 웃곤 했는데, 요즘엔 누가 몸을 만지기라도 하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역정을 냅니다.

[김창선/피해 노인 아내]
"막내가 와서 만지려고 하면 팍 때리고 뿌리치고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 그 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웃고 같이 앉아 있기도 하고 했는데…"

실제 폭행이 벌어진 건 다섯 달 전인 지난해 11월.

하지만 가족들은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폭행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근희/피해 노인 며느리]
"몰랐죠. 전혀 몰랐죠. 어르신 맡겨 놨다고 갈 때마다 빈손으로 안 가고. (직원들) 고생하신다, 수고하신다 하고 먹는 거 사다 드리고 그렇게 했어요 우리."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요양원 측은 문제의 동영상은 숨겼습니다.

오히려 잘 말해달라는 부탁까지 하고 갔습니다.

[김근희/피해 노인 며느리]
"아침 7시쯤 원장님하고 기사분하고 찾아오셨어요. (CCTV 화면 중에) 별거 아닌 걸 보여주면서 '(경찰) 조사에 잘 응해 주시고 좋게 말해주세요.' 이게 말이 됩니까."

취재 결과, 요양원 측은 이미 5개월 전 폭행 사실을 모두 알았으면서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내부 직원의 제보로 드러났습니다.

내부에서 숨기면 아무리 가족들이 자주 찾아가도 알 방법이 없는 겁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