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매거진] 일하는 노인들 "65살이면 젊은이지"

  • 6년 전

◀ 앵커 ▶

얼마 전 법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육체 노동자의 정년을 기존 판례인 60세가 아닌 65세로 봐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2심 판결이긴 하지만 29년 전 노동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올렸던 대법원 판례도 이제 바뀌는 게 아닌가 추정도 하게 되는데요.

실제 은퇴 뒤에도 활발하게 일하는 노인들은 65세도 젊은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취재 내용부터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택배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끄는 어르신은 올해 76살 김봉근 씨입니다.

실버택배 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3년째.

은퇴 이후 건물관리인과 경비원,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거쳐 네 번째 일터입니다.

[김봉근(76세)]
"남은 생에도 이렇게 계속 일자리가 주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그렇게 생활을 해야 될 것 같아요."

김 씨와 함께 일하는 어르신은 모두 10여 명.

택배 물량을 아파트 동별로 분류하고 배달하기까지 하루 두서너 시간씩 꼬박 일하는데요.

나이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합니다.

[백창현/84세]
"(택배가) 제일 무거운 게 20kg 쌀 그런 정도로 오는데 그런 정도는 움직일 수 있어요. 65세는 젊은이, 70세는 노인네 그러고 80세는 어르신 그렇게 말이 나오던데…"

일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하루 중 일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장기홍(80세)]
"일하는 게 제일 즐겁죠. 우리 나이에는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일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 앵커 ▶

29년 전과 지금은 인구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5%도 안 되던 65세 이상 비율이 14%로 늘었고요.

기대수명은 82.8세로 11.6세가 늘었습니다.

노인 연령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경로우대와 국가지원 등을 받는 연령은 지난 80년대 초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이후 변한 적이 없고, 그나마 들쭉날쭉, 모두 제각각입니다.

보건복지부 최근 조사 결과, 65세 이상 국민 10명 중 9명 정도가 70세는 되어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걸로 나타났다는데요.

현장의 목소리, 직접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박찬웅(76세)]
"나는 아직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한 80은 돼야 되겠죠"

[황병한(70세)]
"요새는 영감 소리를 들으려면 80 이상 돼야 영감 소리 듣지…(노인 기준은) 80이나 85세 돼야 적정하지 싶어요."

[오헌웅(75세)]
"65세 이상 가서 노인이라고 해야지 65세 미만 에서는 젊은이한테 혜택을 주는 것 같아요. 70이 넘어야 노인 축에 들어가지."

◀ 앵커 ▶

60세는 노인 축에도 안 끼고, 70세, 아예 80세는 돼야 한다는 어르신들, 이렇다 보니까, 고령화 시대라는데 정작 경로당은 텅텅 빈다고 합니다.

나는 노인 아닌데 왜 경로당에 가느냐 이런 분들이 많다는데요.

관련 뉴스 보시죠.

◀ 리포트 ▶

지난해 9월 입주를 마친 경기도의 한 아파트.

1천 세대에 가까운 아파트 단지지만, 경로당은 반년 넘게 비어 있다는데요.

큰 방에 널찍한 거실, 싱크대까지 갖춰 동네 사랑방으로 손색이 없지만 예순다섯 살을 넘긴 노인들의 문의는 지난 6개월 동안 일곱 건뿐.

[관리사무소 관계자]
"(안 가는 이유가) 젊다 이거죠. 거기(경로당에) 갈 일이 없다 이거예요."

급기야 하루 두 번씩 회원모집 안내방송까지 하고 있다는데요.

"경로당 운영을 위하여 3월 31일까지 만 65세 이상 회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정원 20명 이상이 되어야 경로당 운영이 가능하오니…"

하지만 노인들의 반응은 기대만 못 합니다.

[주민(68살)]
"(아직 경로당에) 갈 필요가 없죠,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주민(67살)]
"경로당을 왜 다녀요. (손주 보느라) 집에 할 일이 많은데."

◀ 앵커 ▶

경로당을 만들어 놔도 나는 노인 아니다, 다른 할 일이 많다며 손사래를 치는 어르신들.

경로당은 이렇게 썰렁한데, 요즘 지자체가 앞다퉈 마련하고 있는 일명 '청춘클럽'은 북적인다고 하죠.

관련뉴스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강당 입구에는 파티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이 진열돼 있고 내부는 어르신들로 북적입니다.

6개월 전 한 자치단체가 동네 노인복지센터에서 선보인 이른바 '9988 청춘 클럽'이라는데요.

[김재순]
"(9988 청춘클럽, 어떤 의미예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내로 죽자. 하하."

테이블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쓰고 입으며 한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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