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도 산재다"…극단적 선택 낳은 '업무상' 질병

  • 5년 전

◀ 앵커 ▶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이 끔찍한 뜻을 가진 '태움'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고 박선욱 간호사 유족들이 '태움'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면서 산재 신청을 했는데요.

근로복지공단 측이 오늘 이 태움 문화를 처음, 산재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박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해 설 연휴 첫 날.

고 박선욱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자신의 스마트폰에 남긴 마지막 글입니다.

"업무에 대한 압박감, 선배들의 눈초리로 불안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하루 서너 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유족들은 박 간호사가 이른바 '태움'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거라며 지난해 8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냈습니다.

[김윤주/故 박선욱 간호사 유족]
"사직 상담을 하겠다던 그 아이가 이틀 뒤 주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조금만 참아보라고 했는데 왜 참아보라고 했는지 가장 후회가 됩니다"

8개월의 심의 끝에 박 간호사가 산재 피해자로 인정됐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간호사 태움 사망을 산재로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태움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던 기존 경찰 조사나, 박 간호사 개인의 성격 탓을 한 병원측 의견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신입 간호사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기면서도 적절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은 업무상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권동희/노무사]
"직접적인 괴롭힘 뿐만 아니라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았던, 또는 인력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까지 확대해서 '태움'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봐준 것은 굉장한 성과죠"

유가족들은 이번 산재 인정을 계기로 간호사 태움 문화가 근절되기를 기대했습니다.

[김윤주/故 박선욱 간호사 유족]
"과로, 업무 스트레스나 이런 것들도 다 산재로 인정된다는 게 받아들여진다면 병원 내에서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기도 하거든요"

근로복지공단도 간호사 교육 부족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자살을 산재로 인정한 만큼, 앞으로 비슷한 간호사 태움 사건 판단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박진주입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