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권한의 행군 때 무상군에도 사실은 혼자 사는 애들이 되게 많았어요.
00:04부모들이 처음에 뭐 애를 혼자 냅두려고 마음먹고 나 이제 안 올 거야 이런 마음에 떠나는 건 아니고 다 은주씨 부모님처럼
00:12식량을 구하러 일단은 떠나요.
00:14근데 어디 가서 식량을 구해요? 북한 전역이 다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부모들이 갔다가는 거기서 자기도 굶어 죽는 거예요.
00:22그래서 진짜 무주고원에 묻힌다는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돌아가셔서 못 오는 경우도 있고 또 부모들이 식량 구하러 떠돌다가 중국으로 가면은
00:33식량이 많다 이런 말을 또 들으면 그때는 다 귀가 커져요.
00:37그래서 중국으로 갔다가 또 이상한 데로 팔려가 그럼 못 돌아와요. 그래서 애들이 혼자 남아지는 경우도 많은데.
00:43어린 나이에 이렇게 부모님 없이 혼자 이게 기다린다는 게 사실은 너무 두렵고 우습잖아요.
00:48얼마나 이렇게 기다리시고 버티신 거예요?
00:52사실 그 엄마를 마지막으로 마중을 나갔던 날이 여섯째 되는 날이었는데
00:59그날 이제 집에 돌아와서 누웠어요. 누웠는데 제가 제 몸을 지탱할 힘이 없으니까
01:07정말 이 돼지가 나를 땅에 저를 빨아들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01:13근데 죽는 거는 많이 봐왔고 언젠가는 내 차례가 되겠지라는 생각을 해서 죽는 거는 두렵지 않았는데
01:22엄마한테 버려졌다는 게 너무 서러운 거예요.
01:26그리고 엄마를 계속 이렇게 마중 나갔는데 엄마는 돌아오지 않고 아야 입장에서는 그때 당시에 엄마가 너무 보고 싶기도 하고
01:33그래서 설령 엄마가 나를 버렸더라도 돌아온다면 내가 엄마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는 거예요.
01:43이 원망하는 마음도 알아줬으면 좋겠고 그래서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지금의 책의 제목이 됐죠.
01:51이제 유서 그때는 유서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01:54다만 내가 이제 곧 죽을 거 같으니까 그 마지막에 뭐라도 엄마한테 내 마음을 이제 전하고 싶었던 거죠.
02:02그래서 막 쓰는데 막 눈물이 너무 많이 흘러서 종이가 막 이게 다 졌더라고요.
02:07거기에 이제 엄마에 대한 뭐 그리움 또 원망 이런 것들을 썼었죠.
02:15초등학교 4학년이 이제 죽음이라는 걸 느끼게 되면서
02:20그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엄마에게는 무어라고 글을 쓸 수 있을까
02:24참 저희들의 상상력으로 사실은 내용을 짐작해 볼 수도 없는데
02:29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던 겁니까?
02:32그래서 제가 당시 이제 11살 은주 씨가 실제 썼다는 유서 내용을 한번 들고 와봤습니다.
02:41아직 가슴이 아프네요.
02:43가슴이 아픕니다.
02:46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면서 매일같이 마중을 나갔어요.
02:51엿새째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는 왜 아직 안 와요.
02:55무엇보다 엄마한테 버림받았다는 게 가장 고통스러워요.
03:00엄마 곧 죽을 것만 같아요.
03:04기다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03:13기다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03:18기다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03:1811살 아기가 쓴 글인데
03:22마지막 말이 너무 슬퍼요.
03:24엄마 곧 죽을 것 같아요.
03:26더 기다리지 못해서 미안해요 라는 말이 가슴이 정말 아픈데
03:3111살이면 사실 그 아이가 철들 때는 아니거든요.
03:35한창 티 없이 엄마 아빠 사랑 많이 받을 때인데
03:3911살의 은주 씨는 그때 어떤 신경으로 이런 글을 남겼나요?
03:43일단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컸고
03:50또 한편으로는 버려졌다는 그런 마음에
03:54좀 엄마에 대한 원망도 있었어요.
03:57그리고 죽더라도 내가 이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04:02그래서 이 글을 썼었는데
04:07민망하지만 엄마가 그날 돌아오신 거예요.
04:11그날 돌아오셨는데
04:14가만히 있었어요.
04:16그리고 엄마가 조용히 말없이 제가 쓴 거를 읽으시더라고요.
04:20그러면서 엄마가 했던 첫 마디가
04:23다 같이 죽자.
04:25그랬어요.
04:26왜냐하면 엄마가
04:27빈손으로 돌아오셔서
04:32근데 저는 진짜
04:33엄마가 다 같이 죽자라고 이야기했지만
04:37행복했어요.
04:39왜냐하면 어차피 죽을 거였는데
04:42엄마가 날 버린 것도 아니고
04:44이제 죽어도 엄마랑 같이 죽고
04:46엄마가 있다는 게 이제 좋았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