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보다]23년 만의 ‘유죄’…제주 변호사 살인 배후 밝혀지나?

  • 2년 전


[앵커]
제주 시내에서 변호사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23년 만에 한 남성이 살인 공범으로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이 사건에 얽힌 얘기들, 사회1부 정현우 기자에게 들어봅니다.

Q1. 먼저 40대 변호사가 살해당한 시점으로 가보죠. 어떤 사건이죠?

A1. 1999년 11월, 44살의 이승용 변호사가 자기 승용차 안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지갑이나 노트북 같은 소지품이 그대로라 강도 피해로 보긴 어려웠구요.

원한 있는 인물도 드러나지 않아서 장기 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50대 남성 김모 씨가 나타납니다.

"범행을 사주한 사람이 있고 자신이 살해범에게 그 지시를 전달했다"고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습니다.

Q2. 이때까진 제보자 같았는데 결국 재판에 넘겨졌어요.

A2. 김 씨는 살인 공범으로 기소됐는데요.

변호사를 살해한 건 '부산 갈매기'라는 별명의 자기 친구였다고 주장하면서 살인을 사주한 배후는 끝내 밝히지 않았습니다.

재판에선 언론 인터뷰 내용이 '부산 갈매기'가 죽기 전 자신에게 한 말을 과장한 거라며 자신은 거짓을 진실로 믿는 인격장애,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진술 외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요.

사흘 전 2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Q3. 무죄에서 유죄로 뒤집힌 이유는 뭔가요?

A3.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범행 전 친구 '갈매기'와 변호사를 뒷조사하고 친구가 평소 갖고 다니던 날카로운 흉기로 살해에 나설 것도 알았다며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했다고 봤는데요.

범행을 사주한 인물에게 3천만 원을 받아 갈매기에게 도피 자금으로 준 점도 살인을 공모한 근거로 들었습니다.

Q4. 애초에 스스로 발목을 잡힐 언론 인터뷰를 왜 했는지 모르겠어요.

A4. 김 씨가 자기 범행의 공소 시효가 지났다고 착각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원래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이었는데요.

1999년 일어난 범행이라  2014년 11월이면 시효가 끝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사기 혐의로 수배됐던 김 씨가 마카오로 출국해 1년 넘게 머무는 바람에 공소시효가 그만큼 연장된 겁니다.

도피 목적의 해외 체류 기간만큼 공소시효가 늘어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연장된 공소시효인 2015년 12월이 되기 다섯 달 전 법이 바뀝니다.

살인죄 공소시효 자체가 폐지돼 버리면서 김 씨를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된 겁니다.

Q5. 정 기자가 김 씨를 잘 안다는 전직 경찰관도 취재했죠?

A5. 김 씨는 제주 지역 폭력조직의 행동대장으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기도 했는데요.

제주도에서 조폭 수사를 오래 한 전직 경찰관은 김 씨를 성미가 거칠고 잇속 계산이 빨랐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전직 경찰]
"선배들이 다 징역 가버리니까 행동대장으로 올라갔어요. 머리가 잘 돌아가기는 해."

Q6. 재판 결과에 승복할 것 같지도 않은데요.

A6. 네, 김 씨는 2심 판결 바로 다음날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검찰은 상급심에서도 김 씨의 유죄 판결을 유지하는 동시에 변호사 살인을 사주한 배후를 밝히기 위해 추가 수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사건을 보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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