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보다]부모집까지 저당…‘빌라왕’의 실체

  • 작년


[앵커]
사실 이미 비슷한 사건이 또 있었죠.

돌려줄 돈도 없이 빌라를 천 채 넘게 사들였던, 이른바 빌라왕 사건입니다.

심지어 갑자기 숨진 채 발견되면서 피해자들 돈 받을 길이 막막해졌는데 빌라왕, 전세황제, 이런 사태가 왜 자꾸 터지는지 좀 깊게 알아보죠.

사회1부 정현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Q1. 정 기자가 빌라왕 김 씨 회사에 직접 가봤죠?

네, 빌라왕 김 씨가 사기에 이용한 법인 두 곳의 주소지인 경기도 연천군으로 이틀 전 직접 찾아가 봤는데요.

알고 보니 김 씨 부모님 집이었습니다.

며칠째 집이 비어 부모님을 만나진 못했고요.

이웃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2. 빌라왕이 집안 재산에 손을 댄 게 전세 사기를 치기 훨씬 전부터였다면서요.

김 씨가 과거 수차례 사업에 실패하면서 서울에 있던 부모님 소유의 고시원 건물도 날렸고요.

빚에 쪼들리던 김 씨는 5년 전에 집을 나와 한동안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가 1년 전쯤 다시 나타났다는데요.

저희가 취재해보니 김 씨는 연락이 끊긴 동안 중개보조원으로 일하고 있었고요.

이 시기에 전세 사기를 시작한 걸로 추정됩니다.

Q3. 다시 나타났을 땐 성공한 재력가 행세를 했다고요?

수억 원짜리 고급 수입차를 몰고 집도 수백 채나 가지고 있다는 소문에 뜸했던 먼 친척들까지 연락해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 고가의 수입차는 김 씨 모친 명의로 된 렌트카였고요.

사업에 쓸 돈이 필요하다며 부모의 마지막 남은 재산인 집과 밭까지 저당을 잡혔다고 합니다.

Q4. 그럼 숨진 빌라왕 소유의 건물이나 재산은 어떻게 처분되나요?

빌라왕 김 씨 명의의 건물 등이 있긴 한데요.

일단 체납된 세금을 내는 게 최우선 순위라고 하고요.

아들이 남긴 재산을 부모가 다 정리해도 세금을 내기에 역부족이라고 합니다.

물론 부모가 김 씨가 남긴 재산 범위 안에서 빚도 부분 상속받는 '한정승인'이란 제도가 있긴 한데요.

아들의 건물을 물려받으려면 취득세와 등록세도 내야 하거든요.

결국 김 씨 부모는 아들의 재산도 빚도 모두 포기하겠단 입장을 법원에 밝혔다고 전해집니다.

다음 순위 상속인인 4촌 이내 친척들이 있지만 같은 이유로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Q5. 그래도 상속 절차가 빨리 종결되면 피해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거죠?

피해 세입자 중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절반 정도인데 구제가 쉽지 않아 보이고요.

보험에 가입한 나머지 세입자들 역시도 당분간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김 씨 친척들까지 모두 상속을 포기해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금 반환 절차에 나설 수 있는데 이 과정이 통상 1년은 걸리기 때문입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당장 전세금을 못 돌려받는 상황이 되니까 이사조차 못 나가는 상황이 돼서. 만기가 끝나면 대출 상환을 못 해서 신용불량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일단 국토교통부가 피해 세입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보증금 반환을 최대한 서두르겠다고 밝혔고요.

또, 보증보험 미가입 세입자에겐 임시 거처와 저금리 대출 지원을 약속했는데요.

근본적인 대책이라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엄동설한에 집에서 쫓겨날 처지의 세입자들 마음까지 어루만질 대책이 필요한 것 같네요.

사건을 보다였습니다.




정현우 기자 edg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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