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카불로 진격하는 탈레반…‘밑빠진 독’에 100조 투입

  • 3년 전


20년 전 9.11 테러로 상처 입은 미국 피의 반격에 나서면서 기나긴 전쟁이 시작됐죠.

20년 간 승자가 없었던 전쟁.

결국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수렁에서 발을 뺐지만, 이제 그 빈자리를다시 탈레반 반군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 탈레반의 수도 카불 진입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강은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적을 울리며 환호하는 사람들.

"탈레반! 탈레반!"

아프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칸다하르가 탈레반에 넘어간 겁니다.

탈레반은 이미 아프간 34개 주도 중 24곳을 빼앗았고, 수도 카불에서 11km 인근까지 근접했습니다.

폐허가 된 마을 곳곳에선 총성이 울리고 아프간 정부군 시신을 끌고 가는 탈레반 반군은 전쟁의 잔혹함도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합니다.

[현장음]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미군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직후 아프간을 공습했습니다.

뉴욕 쌍둥이 빌딩은 물론 워싱턴 팬타곤까지 노린 알 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가 아프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년간의 전쟁에서 승자는 없었습니다.

미군 등 연합군 3천 5백 여명이 숨졌고 아프간 군경 7만여 명과 탈레반 반군 8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군은 100조 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지만, 아프간 정부는 '밑빠진 독'이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지난 10일)]
"우리는 수천 명의 미군 병력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제 아프가니스탄은 자기 자신을 위해 싸워야 하고, 자신들의 국가를 위해 싸워야 합니다."

철군 발표 4개 월 만에 아프간 도시 3분의 2가 탈레반 수중에 넘어갔습니다.

아프간 군은 30만 명, 탈레반 핵심 전투대원은 7만 명.

압도적인 전력차에도 정부 군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상당 수가 월급을 받으려고 이름만 올려둔 '유령군'이었기 때문입니다.

채널A는 수소문 끝에 아프간 수도 카불에 현재 주둔 중인 미군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은 바로 이 곳라고 말할 수 있다"며 "용감한 군인들이 탈레반의 차가운 손에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기 전까지 아프간을 지배했던 탈레반은 반인권 통치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여성은 남성 없이 외출할 수도 없었고, 자유연애와 결혼은 금지, 교육도 받지 못했습니다.

외출할 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는, 눈 위까지 망사로 덮는 '부르카'를 착용해야 했습니다.

[와즈마 프로흐/아프간 여성 권리 행동가]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여성 인권은) 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쏟아부은 우리의 피와 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36만 명이 고향을 떠났습니다.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 공항에는 짐을 싸들고 온 주민들로 붐빕니다.

베트공에 패망한 월남 '보트피플'을 떠올리게 합니다.

[비비 리키아 / 아프간 국민]
"폭탄과 로켓 발사로 제 집이 사라졌어요. 탈출해야만 했습니다. 지금 공원에 있는데 누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과 접촉을 시도하며 적극 나서는 건 중국입니다.

지난달 말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탈레반 2인자와 만났습니다.

[김진호 /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중간의 균열을 해결하거나 자국의 유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탈레반과 접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사태가 사이공(현재의 호치민)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스스로 지킬 힘이 없다면 인권 시계는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를 보다, 강은아입니다.

euna@donga.com
영상취재 : 홍승택
영상편집 : 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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