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한 집이 열 집으로…‘방 쪼개기’ 어쩌나

  • 3년 전


불법 건축물들에 대한 단속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한 가구가 살아야 하는 집인데, 원룸 세네 개로, 이른바 '방쪼개기'를 하는 다세대 건물들이 있습니다.

뒤늦게 단속을 당하자 집주인도 세입자도 불법인 줄 몰랐다고 반발합니다.

권솔 기자의 현장카메라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분당에 있는 다가구 주택 밀집지역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계단 복도를 기준으로 한 층에 두 가구가 마주 보고 있는데요,

얼마 전 구청에서 '위반 건축물' 통지서가 날아들었습니다.

2세대를 하나로 합치라는 겁니다.

사정이 뭔지, 현장으로 갑니다. 

복도 하나를 두고 4개 호실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법적으론, 이 3층 건물 한 층에 한 가구만 거주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열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하나를 여럿으로 나눈 이른바 '방 쪼개기'입니다.

1996년 지어진 또 다른 건물에도, 25년 만인 지난해, 위반건축물 딱지가 붙었습니다.

세 가구가 일곱 가구로 쪼개져 있다는 이유입니다.

"서류상으로는 지하 공간이 대피소라고 돼 있는데, 이렇게 방 두 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7년 전 어머니가 매입한 건물에 전세살이 중인 딸은 억울하다고 주장합니다.

[소유주 딸]
"당시에는 위반 건축물이 안 찍혀 있으니까 그런 줄 모르고 샀다가 이제 안 거죠. 7년 만에."

처음 준공 때부터 쪼개져 있었기 때문에 불법인 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현장음]
"다 콘크리트벽이고 처음부터 사용 승인이 나고 20 몇 년 전 화장실 (구조까지) 그대로예요.”

[소유주]
"(세입자) 다 내보내고 다 부셔가지고 원상복구를 해놓아라 그러는데. (알았으면) 우리가 사지도 않았겠죠."

2천여 세대가 살고 있는 이곳 다세대 주택들 대부분 상황이 비슷합니다.

[소유주]
"이거를 헐어서 하나로 만들으라는 얘기에요."

전입신고도, 전기·수도 공급도 호실별로 이뤄지고 있지만,

[소유주]
"벽돌 한 장이라도 더 한 것도 없고 뺀 것도 없고. 전기 수도 전부 당시에 한 대로 있는데."

구청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구청 건축과]
"전기는 기본권에 관계된 거니까."

[○○구청 건축지도과]
"적발되신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그건 자기 핑계고. 불법을 저질러놓고서."

준공 당시, 건축사무실에서 '불법 건축이 없다'는 거짓 감리보고서를 구청에 제출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구청]
"준공이 나지 말아야 될 건물이 준공이 났다 이 말 아니에요? 법에 의해서 그게 증빙이 된다면 건축사를 처벌하면 되겠죠."

건축사는 책임을 회피합니다.

[건축사]
"설계자가 저예요? 감리자가 저예요? 벌써 25년 26년 전 얘기인데. 기억이 없는데."

워낙 이런 사례가 전국적으로 많다 보니, 그동안 5차례 한시적으로 자진 신고를 받아 합법으로 전환해 줬습니다.

그런데, 신고 시기를 잘 알았던 전직 구청장 출신 집주인은 혜택을 받았고,

[주민]
"예전에 (분당)구청장 하셨던 분이에요. 다가구 주택 양성화하신."

몰랐던 주민들은 신고 시기를 놓쳤습니다.

[주민]
"어떤 사람은 세 번씩 단속당하고 어떤 사람은 한 번도 안 당하고, 너무 불공평하다고."

이 와중에 세입자들도 큰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불법 딱지가 붙는 날부터 전세 대출 연장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세입자]
"황당하죠. 불안하고. 우린 대출 받아서 왔는데. 정말 오갈 데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거죠. 애도 있는데"

지난 2015년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 참사의 주요 원인도 방 쪼개기로 밝혀졌습니다.

[권솔 기자]
'방 쪼개기'가 안전을 위협하고 주거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엄연한 불법건축물인 만큼,

시공단계에서부터 불법 개증축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

권솔 기자 kwonsol@donga.com
PD : 김종윤 석혜란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