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전하러"…어버이날 경찰서 찾은 '광주 장발장'

  • 4년 전
◀ 앵커 ▶

배고픔을 참다 못해 빵과 컵라면 등을 훔쳐서 '광주 장발장'이라고 불렸던 30대 남성이, 자신이 붙잡혔던 경찰서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양 손 가득 선물을 들고 있었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이다현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 광주 북부경찰서.

양손에 음료수 박스를 든 한 남성이 형사과에 들어옵니다.

한참 바쁜 형사들도 일손을 놓고 악수로 맞이하는 이 남성.

7개월 전엔 이 곳에서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였습니다.

올해 나이 36살인 이 남성은 2018년말 막노동을 하다 허리를 크게 다쳐 장애 6급 판정을 받고 직장을 그만둬야했습니다.

그리고 철심을 6개나 박은 불편한 몸 때문에 더이상의 일자리 찾기는 불가능했습니다.

고시원에서 살면서 돈도 다 떨어져 꼬박 열흘을 굶어야했던 이 남성은 근처 마트에 들어가 빵과 컵라면 등 5만5천원 어치 음식을 훔쳤습니다.

"우울증이 되게 심했던 시기였고 경제적으로도 여건이 되지 않았고.. 그래서 굶고 있다가 배고픔에 이제 (마트에 빵 훔치러) 들어가게 된 거고요."

현금이 든 금고는 왜 손도 대지 않았냐고 묻는 형사에게 돌아온 건 "배가 고파서 그랬다"는 짧은 대답.

'그간 많이 봐 오던 전형적인 도둑과는 좀 다르다'고 판단한 경찰은 처벌이 아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치료와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이곳 저곳을 연결해줬고, 취업을 위한 이력서 작성을 도와주고 경찰차에 태워 포항 면접장까지 데리고 갔습니다.

"그분들 만약에 도움이 없었다면 사실 여기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어요."

수습 과정을 거쳐 결국 포스코 자회사의 정직원이 된 이 남성.

자신의 절도 행각을 용서해주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경찰을 설득했던 마트 주인도 만났습니다.

[오용식/마트 주인]
"반갑죠. 왜 반갑냐면, 대개 이런 사건을 벌이면 그 뒤로는 찾아오지 않잖아요. 그런데 멀리서도 찾아왔다는 것, 그래서 굉장히 보람 있죠."

열흘동안 굶다가 빵을 훔친 사연 때문에 '광주 장발장'으로 불렸던 이 남성은 이제 새로운 직장에서 새 삶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다현입니다.

(영상취재: 김상배/광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