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절반은 극단적 선택 생각"

  • 4년 전
◀ 앵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상대로 한 대규모 실태 조사 결과가 어제 공개됐습니다.

피해자 10명 중에 8명은 자책감과 분노 같은 울분 상태에 놓여있고, 상당수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도에 윤수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사회인 야구단에서 활동했던 서영철씨는 이제 산소 호흡기 없이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습니다.

[서영철/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담당 의사 선생님하고 의견을 나눈 결과 제가 천식이라고…"

사진 찍기가 취미였던 김응익 씨는 심각한 기관지 손상을 입어 밖에 나가기조차 어렵습니다.

[김응익/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친구들도 멀어지고 같이 걸어 다닐 수도 없으니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정 1천152 가구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정부가 인정한 폐질환 뿐만 아니라, 성인 피해자의 71%는 코 계통의 질환을, 56%는 피부 질환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절반 이상은 심각한 정신장애를 호소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성인 피해자의 79%는 '만성적인 울분상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절반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고, 직접 시도해본 사람도 11%에 달했습니다.

일반인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아동, 청소년 피해도 심각했습니다.

특히 피해 아동 10명 중에 7명은 신체 건강과 친구 관계 모두에서 또래 100명을 기준으로 하위 15번째에 머물렀습니다.

[추준영/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달리기 뛰면 아이는 항상 꼴등을 해요. 거기에 오는 좌절감. 그럴 때마다 힘든 게 눈에 보이죠."

사회적참사 특조위는 가습기 피해로 발생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한 가구당 3억8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특조위는 특히 피해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보상 규모를 늘리기 위해선 다음주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되는 관련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