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눈물' 안중에도…검경 "서로 잘했다" 반박전

  • 4년 전
◀ 앵커 ▶

오랜 시간, '화성 연쇄 살인사건'으로 불렸던 사건 명칭을 지금부터는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으로 바꿔서 부르겠습니다.

억울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았던 여덟 번째 '이춘재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격화 되고 있습니다.

당시 결정적인 증거가 됐던 체모 분석이 조작 됐다, 아니다, 이런 싸움인데, 이기주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이춘재가 본인이 했다고 자백했던 여덟 번째 화성 사건.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나왔다는 체모를 바탕으로 같은 동네에 사는 윤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최신 기법이었던 방사성 동위 원소 분석을 통해 윤씨가 진범이라고 결론내렸던 겁니다.

그런데,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국과수의 분석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검찰은 지난 주 브리핑을 열어 '감정 결과가 조작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어제 오전 조작이 아니라 중대한 오류일 뿐이라며 검찰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로부터 8시간 뒤, 이번엔 검찰이 입장자료를 내고 재반박을 이어갔습니다.

경찰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경찰이 엉뚱한 일반인의 체모를,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인 것처럼 속여 감정서를 허위로 조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3시간 뒤엔 경기남부경찰청이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검찰 주장을 또 다시 반박했습니다.

"검찰의 반박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감정 시료 중에 일반인의 체모는 없었고, 모두 현장에서 수거된 체모"라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당시 유력한 증거였던 체모 분석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면 경찰은 조직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엄청난 파문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검찰 역시, 수사를 지휘했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당시 과실이 경찰에게 더 있다는 자존심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재심을 청구한 윤 모씨 측은 두 수사기관에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박준영/재심 청구인 '윤 모씨' 변호사]
"이 사건이 검경 대립의 중심에 있고, 또 각자의 이해관계나 이익 때문에 활용하려고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갈등 표출이 심화되자 두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내일 만나 당시 국과수 감정 결과서를 조작으로 볼 수 있는지 직접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기주입니다.

(영상편집 : 박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