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용카드 복제 일당, '金보다 담배' 선택한 이유는?

  • 5년 전
박근혜 정부의 담배 인상 정책을 악용, 복제 카드로 담배를 거래해 수억원을 가로챈 4인조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모(46)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씨 등은 2014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불법으로 취득한 해외 신용카드를 이용, 신용카드를 복제해 총 882차례에 걸쳐 2억 700여만원을 부정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단계 화장품 판매업을 통해 친분을 쌓은 이들은 신용카드 위조 전과가 있던 이씨를 중심으로, 복제한 카드로 물건을 사들인 뒤 되팔아 각자의 사업자금을 마련하기로 공모했다.

우선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건당 약 10~30만원을 건네고 브라질 등 외국인의 신용카드 정보를 사들였다.

이들이 손에 쥔 정보는 카드 번호나 카드 유효기간, CVC 번호, 발급 소유자 성명, 카드 발급사 고유 인식 번호 등, 통상 신용카드 마그네틱 선 안에 담겨있는 정보들.

이후 서울 관악구의 한 사무실에서 246건의 신용카드 정보를 다른 카드에 복제한 뒤, 전국의 금은방, 편의점 등을 돌며 금붙이나 담배를 샀다가 되팔아 현금을 챙겼다.

이들은 일반 업소에서 회원증 카드 등을 제작할 때에도 사용하는 리더&라이터(reader&writer) 기기를 이용,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손쉽게 신용카드를 복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동종 전과로 경찰 추적을 받기 쉬운 이씨가 카드 위조를 전담하는 대신 수익금의 40%만 받고, 나머지 일당은 위조한 카드로 업소에 들어가 물건을 사고 파는 형태로 각자 역할을 분담하기도 했다.

국내 카드 매입사로부터 실제 카드 소유자인 외국인에게 카드 결제 내역이 전해질 때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에 이들의 범행은 약 4개월에 걸쳐 계속될 수 있었다.

하지만 총 801차례에 걸쳐 2억여원 어치의 물품을 거래했던 이들의 범죄행각은 결국 경찰에 꼬리를 밟혔고, 지난해 2월 김모(47)씨를 제외한 3명이 먼저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경찰의 체포망을 벗어났던 김씨는 도피 생활 중에도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3건의 카드 정보를 복제해 81차례에 걸쳐 담배 700여만원 어치를 거래하다 끝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범행 초기에는 금은방을 범행대상으로 삼았지만, 이내 신용카드 한도 등으로 인해 결제 승인이 나지 않아 업주들이 수상히 여기자 새로운 범행대상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때마침 지난해 초 박근혜 정부가 담배 가격을 인상한 사실에 주목한 이씨 일당은 편의점·마트를 돌며 1~2보루씩 담배를 집중 구매한 뒤 인터넷 또는 지인을 통해 되팔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신용카드에 정보를 덧입히는 수법을 사용해 겉으로 보기에는 카드 복제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내부 암호가 설정된 IC 카드와 달리 마그네틱 카드는 손쉽게 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번호와 매출전표의 번호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면 이같은 범행을 예방할 수 있다"며 "한국인터넷진흥원에 해당 카드 정보 거래 사이트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토록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