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비난하며 김정은 두둔…'협상 셈법' 바뀌나

  • 5년 전
◀ 앵커 ▶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 안보 보좌관이 어제 경질된 건 북한이 반길 만한 소식이었죠

오늘 또 그런 얘기가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나왔습니다.

볼턴이 '리비아 모델'로 북한 핵 문제를 풀자고 했던 게 큰 실수였고, 그 말은 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언짢을만 했다는 겁니다.

이 내용, 워싱턴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박성호 특파원,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참모를 비난하면서 오히려 북한 지도자를 두둔 한 거네요?

◀ 기자 ▶

네, 아주 이례적입니다.

왜 볼턴 보좌관을 잘랐는지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맨 먼저 거론했습니다.

과거 리비아를 비핵화한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자는 볼턴의 방법론이 잘못됐고 그래서 차질이 있었다는 건데요. 들어보시죠.

[트럼프/미국 대통령]
"리비아 모델로 카다피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세요. 볼턴은 그걸로 북한과 협상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나는 그 뒤로 김정은 위원장이 하는 말을 탓하지 않습니다."

리비아는 2003년 핵 포기를 선언하고 2005년 완전히 폐기했는데, 그러다 6년 지나서 카다피 원수가 미국이 지원한 반군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그런데 리비아 얘기를 꺼내면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선 핵 포기했다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겠다, 이런 위협을 느끼지 않겠냐는 것이죠.

트럼프는 그래서 볼턴의 언급을 '영리하지 못하다'고 했는데, '멍청해 보인다'고 볼턴을 욕했던 과거 최선희 북한 외무성 1부상의 표현과 비슷한 말을 한 셈이 됐습니다.

◀ 앵커 ▶

그런데요, 볼턴이 리비아 모델 얘기한 게 사실 한참 된 얘기란 말이죠.

그런데 그동안 죽 데리고 일하다 지금 와서 그 얘기를 왜 꺼냈을까요?

◀ 기자 ▶

좋은 지적입니다. 리비아 모델 얘기는 볼턴이 작년 4월, 임명된 지 한 달밖에 안 돼서 한 얘기이고요.

북한의 격한 반발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무산되지 않나 싶자, 트럼프 대통령이 5월에 "리비아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고 정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 '리비아 모델'을 새삼 또 부정하는 건 두 가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북한의 정권교체 않는다, 체제보장한다,는 메시지를 더 분명히 해서 김정은 위원장을 안심시키려는 걸로 볼 수 있고요.

또 하나, 리비아 모델의 골자는 핵무기를 미국으로 싹 다 넘기라는 것인데, 볼턴의 입김으로 하노이 회담때도 그 비슷하게 이른바 빅딜 요구가 있었습니다.

결국 그때랑은 접근법이 다를 것이다, 단계적 해법으로 셈법을 바꿀 수도 있음을 북미 대화를 앞두고 시사한 걸로도 보입니다.

트럼프는 북한을 향한 장밋빛 청사진을 오늘도 어김없이 꺼냈는데, 북한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실험'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이었습니다.

(영상취재: 임상기/워싱턴, 영상편집: 박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