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다쳐도 쫓겨나도'…보호 못 받는 가사도우미

  • 3년 전
◀ 앵커 ▶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는 소수의견 시간입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어렵지 않은 분들이 없지만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노동자 신분이 법으로 보장되지 않아서 산재처리도 안 되고,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는 가사도우미 분들인데요.

이들의 생계안전망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이번 국회에서는 마련될 수 있을지 김성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60대 가사 도우미 정모씨는 재작년 고객의 집 화장실을 청소하다 미끄러져 손목뼈가 부러졌습니다.

철심을 박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아야 할 정도의 중상이었습니다.

[정모씨/가사 도우미]
"목욕탕 청소를 하는데 입구에서 물기가 있어가지고… 통증이 엄청나죠. 또 부러질 확률이 있대요."

그런데 400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홀로 떠안아야 했습니다.

가사 도우미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어서 산재 처리를 전혀 못 받기 때문입니다.

[정모씨/가사 도우미]
"(고객이) 굉장히 친분이 가깝게 지냈던 분인데, (집)주인이 보상해야 한다는 그런 의무조항은 없어요. 개인 부담으로 한 거죠."

또 다른 가사도우미 박모씨는 코로나19로 고객 부부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5월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은행에 대출을 문의했지만 노동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박모씨/가사 도우미]
"재직증명서가 없잖아요. 제1금융권에선 안 되고, 제2, 제3 (금융권) 아니면 카드론 대출까지 그 비싼 이자까지도 감내하면서…"


전국의 가사 도우미는 모두 60여만 명.

코로나19 이후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월평균 수입은 112만 원에 64만 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은 가사 도우미는 불과 10%.

가사 도우미는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고용직과 달리 '비공식 노동자'로 분류돼 소득감소분을 증명하기가 까다로운 겁니다.

## 광고 ##[최영미/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소득) 감소를 증빙하기 위해서는 (해고한) 가정에 가서 제가 이렇게 (소득이) 줄었다는 것을 증명서를 떼야 하는 게 있고, 이것을 도와주는 곳(가정)이 없습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에선 가사 도우미에게 노동자나 노동자에 준하는 대우를 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사 도우미의 노동자 신분을 인정하고, 4대 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가사노동자보호법안이 18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통과가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보험료와 도우미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사 도우미를 필요로 하는 고객 500명 중 95%가 입법에 찬성한다는 노동부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김형미/맞벌이 직장인]
"노동을 하고 계신 거여서 그분들도 안전 대책이 있으면, 전문화된 그런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죠."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가사 도우미들,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 이주혁 / 영상편집: 정소민)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