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일 시킬 때만 '필수노동자'…해고는 아무때나

  • 3년 전
◀ 앵커 ▶

작은 목소리를 크게 보도하는 소수 의견입니다.

한 때 '간병인' 이라고 불려 왔던 국가 자격증, 요양 보호사.

코로나 19 속에 일의 고됨과 필요성이 유난히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이들이 6개월, 3개월, 심지어 한 달 단위로 근로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일은 필수 노동 이지만 일자리는 늘 벼랑 끝에 있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김아영 기자가 들어 보았습니다.

◀ 리포트 ▶

요양보호사 A씨는 작년 4월, 동네 수퍼마켓에 갔다가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A씨는 자신이 일하는 재가센터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랬더니 곧바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요양보호사 A씨]
"설명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선생님 왜 지침을 어겼냐' 이렇게 대뜸 얘기를 하신 거예요. 며칠이라도 예방 차원에서 좀 쉬었다 가겠다 염려가 되니까. (그랬더니) 염려할 짓을 왜 했냐‥"

어려운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되려고 그리고 어르신들을 돌보는 게 보람이었던 A씨는 졸지에 실업자가 됐습니다.

[요양보호사 A씨]
"다시는 그 일을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그냥 너무 쉽게 해고를 시키는 거예요."

요양보호사 B씨는 1년 남짓한 기간에 무려 3개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계약기간이 각각 3개월, 6개월, 7개월씩 나뉘어 작성된 이른바 쪼개기 계약섭니다.

## 광고 ##처음에 3개월만 계약을 합니다.

3개월이 지난 다음 계약서 없이 10개월을 일하고 다시 3개월 계약서를 쓰는데 이때 13개월을 6개월과 7개월로 나눠서 계약서를 따로 만드는 겁니다.

[요양보호사 B씨]
"왜 계약을 이렇게 쪼개서 하시냐고, 1년이면 1년이고 2년이면 2년이지‥이랬더니 다른 곳을 몰라서 그렇다고 다른 곳은 1개월 계약서도 쓴다고‥"

요양시설들이 쪼개기 계약서를 강요하는 이유는 해고를 몇 개월 단위로 쉽게 하기 위해섭니다.

[요양시설 담당자/B씨 고용주]
"다른 데 다 3개월씩 그렇게 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안 좋으면(요양보호사가 마음에 안 들면) 딱 계약만료를 해서 하면 되니까‥"

그러다보니 요양보호사들은 늘 해고의 두려움을 안고 삽니다.

[요양보호사 C씨]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것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내가 열심히 하면 보람이 있겠지 연장이 되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말로만 필수노동자라고 하면서 정작 희생만 강요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격리시설 근무 요양보호사]
"3명이 24시간 돌아가면서 4시간씩 교대를 하는 거예요. 고무장갑을 두 겹을 썼어요. 저희가 빨래도 해드려야되고 그 다음에 목욕도 시켜드려야 돼죠."

코로나19 감염 산재 신청이 접수된 뒤, 근로와 감염 간의 연관성이 인정돼 지난달 말까지 산재로 승인받은 경우는 모두 291건.

요양보호사는 총 43건을 승인 받았는데, 직종별로 보면, 53건을 기록한 간호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요양보호사도 엄연히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라는 의미지만 현실은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MBC뉴스 김아영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김백승 이관호/영상편집: 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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