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정치 얘긴 금물?…교실 '100분 토론' 벌여야

  • 5년 전
◀ 앵커 ▶

최근 서울 인헌고에서 불거진 일부 교사들의 이른바 '편향 교육' 논란, 우리 사회에는 아직 학교에서 정치적 사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합의된 기준조차 없습니다.

때문에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치 교육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곽동건 기자가 해외 사례를 살펴 봤습니다.

◀ 리포트 ▶

최근 서울 인헌고 일부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치 편향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최 모 군/인헌고 '학생수호연합']
"(교사가) '무고한 조국을 사악한 검찰이 악의적으로 사퇴를 시켰다'라는 뉘앙스로 언급했습니다."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도 교사가 반일 구호를 강요했다는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교장은 편향 교육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나승표/인헌고 교장]
"어떤 사상을 주입시키기 위해서 특별한 내용으로 하라고 이렇게 (반일 구호를 강요)한 것은 없습니다."

최근 부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9월 한 고등학교 교사는 '정부의 선전 효과를 노리고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 손을 들어줬다'고 말해 직무에서 배제됐고 또 다른 학교에서는 조국 사태 관련 시험 문제를 냈다가 재시험을 치뤘습니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교원단체들은 우리도 1970년대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정도의 교육 원칙이 필요하다는데 대체로 공감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관점을 찾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논쟁은 교실에서도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

다만 교육자가 특정 견해를 학생들에게 주입해선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신현욱/교총 정책본부장]
"(보이텔스바흐 합의처럼) 같이 모여서 합의를 하고 쟁점 교육에 대해서는 올바른 방향을 잡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홍태/전교조 서울본부 정책실장]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근거한, 사회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서 학교에서 다루는 것 자체는 활발하게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영국의 시민교육 원칙도 참고할 만합니다.

"교사의 생각을 주입해선 절대 안 된다."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로도 교사의 호불호를 드러내선 안 된다", "특정한 선택을 한 학생을 편애하거나 너무 빨리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다룰 땐 중립이 오히려 나쁘다는 게 원칙입니다.

이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민주시민교육을 아예 의무 교과목으로 개설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검토 단계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18년 세계경제포럼 평가에서 평균 교육 연수는 140개국 중 23위였지만, 비판적 사고 교육 분야는 중간에도 못 미치는 90위에 그쳤습니다.

[강민정/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정치교육 문제라고 하는 게 사실 그동안은 수면 위로 올라오기가 어려웠어요.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걸 해야 된다. 지금, 우리 사회가…"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영상편집: 배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