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발길 끊긴 ‘수학여행 1번지’
  • 2개월 전


[앵커]
경주 불국사, 속초 설악산.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추억이 떠오르는 지명이죠.

이곳 풍경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단체로 묵던 숙박시설은 사실상 폐허가 됐습니다. 

현장 카메라, 강보인 기자입니다. 

[기자]
경주 불국사 숙박 단지입니다.

이곳은 한때 연간 백만여 명이 찾을 만큼 수학여행 명소였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문을 닫은 곳이 한둘이 아닙니다.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불국사 입구 바로 앞 숙박단지 굳게 닫힌 숙박업소 출입문 바닥엔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습니다.

수도, 전기를 끊는다는 통지문도 붙었습니다.

언제 청소한 지 가늠이 안 되는 수영장에는 검은 얼룩이 가득합니다.

다른 숙박업소 지붕 위에는 나무가 1미터 가량 자라 있습니다.

[임한규 / 충남 천안시]
"그때는 친구들하고 여럿이 모여서 자고. 나가서 노는 것도 그렇고. 굉장히 좋았는데. 그런 거 보면 많이 아쉽죠."

10년 전만 해도 한 해 백만 명이 이 숙박단지를 찾았지만 지금은 숙박단지협회마저 와해돼 버렸습니다.

10여 년 전 30곳에 달했던 불국사 숙박 내 단체여행 전문 숙박시설이 지금은 9곳만 남았습니다.

[숙박업소 사장]
"더 이상 장사하기 힘들어서 경매 또는 다른 용도로 매매된 게 60%는 되죠. 그 이상이죠."

그나마 운영 중인 숙박 업소들도 언제 문을 닫을 지 모릅니다.

[박정오 / 유스호스텔 대표]
"(한 달에) 2천만 원은 돼야 이게 유지가 되거든요. 이걸 견디고 나가는 게. 너무너무 힘들고…"

2014년 세월호 참사, 2016년 경주 강진에 이어 코로나 사태까지 10년째 이어진 불황 요인이 직격탄이 됐습니다.

[이수현 /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자체를 초등학생 때부터 아예 못 가봐서…"

[김성기 / 유스호스텔 대표]
"거기(서울)에서도 한 200개 학교가 내려온다… 작년에는 가을에 한 여덟 학교. 아홉 학교 받았어요."

외설악으로 향하는 도로 옆 설악동 숙박단지.

방문객이 줄며 진입로에 쌓인 눈도 그대로입니다.

창문은 깨져 있고 벽면에 균열이 난 채로 숙박단지 전체가 흉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설악동 상점 주인]
"요즘은 (손님) 거의 없다고 봅니다. 현재 폐업 한 70% 정도 봅니다."

지자체가 스카이워크·출렁다리 설치 등 지역 재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만큼의 인산인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속초시청 관계자]
"이제 수학여행단이 설악산을 보고자 오는 시대는 좀 지났다고 생각이 됩니다."

대한민국 역사와 자연의 대표격인 불국사와 설악산까지 빛바랜 과거가 되지 않도록 재단장과 정비가 필요합니다.

현장카메라, 강보인입니다.

PD : 김남준 장동하
작가 : 전다정


강보인 기자 riverview@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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