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기자]‘니코틴 살인’ 징역 30년→무죄, 왜?
  • 3개월 전


[앵커]
법조팀 김정근 기자와 더 알아보겠습니다.

Q1. 니코틴 살인 사건으로 불렸는데 사건부터 설명해주시죠.

약 3년 전인 2021년 5월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48세 남성이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숨졌는데, 평소 전자담배를 피우던 아내 임모 씨가 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사건 당일 행적을 살펴보면 남성은 아내 임 씨가 만든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고 고통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실려 갔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상태가 호전돼 집으로 귀가했는데, 집에 도착한 뒤 임 씨가 건넨 찬물을 마시고 얼마 안 가 숨집니다.

검찰은 음식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남편에게 먹인 것으로 보고 아내를 살해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 모두에 2심 재판부는 찬물에만 니코틴을 탄 것으로 봤지만 형량은 징역 30년으로 같았습니다.

Q2. 그런데 오늘은 무죄가 나왔는데 근거가 뭡니까.
 
이번 재판에선 과연 니코틴 원액을 몰래 먹이는 게 가능한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여러 전문가가 의견을 냈는데, 아무리 음식에 섞어도 고농도 니코틴 원액을 먹으면 혓바닥을 찌르거나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들키지 않고 몰래 먹이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재판부는 오히려 아내의 외도로 정신적 고통을 겪던 남편이 직접 니코틴 원액을 먹었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니코틴 농도가 가장 높던 새벽 2시 40분경, 남편은 당시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을 텐데, 119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상화폐 시세 내역을 태연히 보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2021년 1월부터 남성이 사망한 5월까지, 휴대전화 검색 기록에 전자담배나 극단선택, 상속과 같은 단어가 남아 있었던 걸 주목한 겁니다.
 
아내 임 씨가 남성을 살해할 동기도 충분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남편이 사망한 뒤 경제적 이익을 얻긴 했지만, 살인을 감수할 정도의 거액은 아니라고 본 겁니다.

Q3. 아내는 그럼 그동안 억울한 옥살이 한 것 아닌가요?
 
임 씨는 오늘 무죄 선고와 함께 일단 구치소에서 풀려났습니다. 

중간에 보석으로 잠깐 풀려나긴 했지만, 약 2년간 구치소 생활을 했던 건데요.

검찰이 상고를 하지 않으면 무죄가 확정됩니다.

다만 대법원이 이미 살해 혐의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던 만큼 대법원으로 가더라도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습니다.

무죄가 확정되면 임 씨는 형사보상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형사보상금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에게 손해를 배상하는 제도입니다.

보통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금액이 정해지는데 임 씨의 경우 최소 5600만 원에서 최대 2억 8천만 원가량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아는기자였습니다.




김정근 기자 rightroot@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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