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랑야랑]툭하면 “기억 안 나” / 불똥 튄 ‘부산 의원들’ / 사법부 좌표찍기

  • 10개월 전


[앵커]
Q. 여랑야랑, 정치부 김유빈 기자 나왔습니다. '툭하면 "기억안나"', 누구 얘긴가요?

민주당 이재명 대표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최근 재판에서 고 김문기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안면인식장애'를 언급했는데요.

7개월 전엔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도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었죠.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1월, KBS뉴스)]
"누군가가 술 먹다가 (김성태 전 회장) 전화를 바꿔줬다는 얘기가 있는데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국민의힘은 "음주기억상실에 이어 안면인식장애까지, 대체 이 대표가 기억하는 건 뭐냐"고 비판했습니다.

Q. 그러고 보니 대장동 의혹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이재명 대표가 '기억 안 난다'고 하는 일이 많기는 한 거 같네요.

그렇습니다.

대장동 개발 비리 배후로 지목된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해서도 국감장에서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심상정 / 정의당 의원(2021년 10월)]
"유동규 씨는 우리 지사님이 임명한 것 맞지요?"

[이재명 / 당시 경기지사(2021년 10월)]
"임명 권한이 누구한테 있는지 제가 지금 기억이 안 납니다."

[이재명 / 당시 경기지사(2021년 10월)]
"(유동규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에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해요."

[김은혜 / 당시 국민의힘 의원(2021년 10월)]
"본인 밖에 알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이재명 / 당시 경기지사(2021년 10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김은혜 / 당시 국민의힘 의원(2021년 10월)]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기자들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해 1월)]
"(유동규 전 본부장 압수수색 당한 날까지 통화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저는 뭐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네요."

Q. 아닌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매한 답변이네요. [두 번째 주제]입니다. 무슨 일이길래 부산 의원들이 불똥을 맞은 거죠?

잼버리 파행 사태가 부산 엑스포 유치 공방으로 번지더니, 이젠 국민의힘이 민주당 지역 의원들까지 겨냥했습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은 모두 3명인데요.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들을 소환했습니다.

[장예찬 /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한규 의원의 망언에 대해서, (민주당) 최인호, 박재호, 전재수 의원들은 평소에는 말만 잘 하다가 침묵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 사람이 나서서 김한규 의원을 꾸짖고 국민들과 부산 시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Q. 김한규 의원의 '부산엑스포 발언' 때문에 발끈한 거군요?

네, 민주당 원내대변인인 김한규 의원이 '새만금 잼버리'를 비판하다가 "부산엑스포 유치도 물 건너갔다"고 발언했는데요.

이 발언으로 장 최고위원이 공격하자, 최인호 의원 측은 "공세에 일일이 대응할 생각이 없다"며 "부산엑스포 유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한규 의원도 "부산 엑스포에 대해 부신시민들께 사죄하라는 건 지역주의를 자극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Q. [마지막 주제]입니다. 사법부 좌표찍기, 민주당이 또 사법부를 비판한 겁니까?

아닙니다.

국민의힘 이야기인데요.

국민의힘이,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된 정진석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은 겁니다.

[김민수 / 국민의힘 대변인(어제)]
"이번 판사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세력의 의원직 사퇴'를 주장했을 정도로 정치 성향의 뚜렷함을 보였습니다."

민주당은 "판결의 내용이 아닌 판사의 출신과 소속을 문제삼는 건 사법 독립 침해"라고 맞받았고요,

서울중앙지법도 "판결 내용과 무관한 인신 공격성 비난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Q. 그런데 이런 공방,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요?

네, 4년 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아내 정경심 씨가 징역형을 선고받았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홍익표 / 더불어민주당 의원(2020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판사의) 어떤 편견들이 상당히 작용한 매우 나쁜 판례가 아닐까…"

[주호영 / 국민의힘 당시 원내대표(2020년)]
"자기들 마음에 안 맞으면 모두 적폐로 몰고 부정하는 것인데,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Q. 비판하던 행동을, 자기들이 불리할 때 그대로 한 거네요.

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수원지검 검사들의 실명을 밝힌 것에 '좌표찍기'라고 공격했습니다.

내가 당하는 건 잘못된거고, 남이 하는 건 '헌정 질서 부정'이라는 양당.

'내로남불'의 모습도 서로 닮아가나 봅니다.


김유빈 기자 eubini@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