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후방에도 3천 개…폭우가 남긴 유실지뢰 공포

  • 2년 전


[앵커] 
오늘 혹시 정부로부터 이런 문자 받으셨습니까.

집중호우로 땅 속에 묻혀 있던 지뢰가 떠내려 올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달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수해 복구하다가 떠내려온 지뢰 밟아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도 제거하지 못한 지뢰들이 남아있거든요.

남영주 기자의 다시간다 시작합니다.

[기자]
묘지 옆에 무성해진 잡초를 정리합니다.

묘의 주인은 굴착기 기사인 문모 씨.

지난달 강원도 철원에서 수해 복구 중 지뢰가 터져 숨졌는데, 시신 수습도 어려웠습니다.

[피해자 동생]
"조금이라도 찾았으면 했는데 나오지 않았어요. 장례 치러주려고 포기하고 왔습니다."

문 씨의 생명을 빼앗은 건 대전차 지뢰였습니다.

폭발로 부서진 굴착기 파편입니다.

성인이 들기 힘들 만큼 무거운 부품인데, 폭발 충격으로 엿가락처럼 휘어졌습니다.

사고 1주일 전 집중호우로 떠내려온 유실 지뢰로 추정되는데 경찰은 군청 직원과 중장비업체 대표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입니다.

김철기 씨가 홀로 살고 있는 집에는 의자가 곳곳에 놓여있습니다.

[김철기 / 사고 부상자]
"신발을 그냥 신기가 어렵거든요. 혼자 하기가 쉽지 않아요. 옷 갈아입을 때도 앉아서 입어야 하고."

김 씨가 사고를 당한 건 지난해 6월.

비가 내린 다음날 한강 하구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던 중이었습니다.

발목지뢰로 불리는 플라스틱 대인지뢰를 밟은 겁니다. 

[김철기 / 사고 부상자]
"강력한 스프링을 밟은 느낌이었어요. 튕겨져서 뒤로 넘어졌는데 오른쪽 다리를 들어봤더니 장화 아래쪽이 없는 거예요."

이 사고로 시청 공무원 등 6명이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지만, 결론은 증거 불충분이었습니다.

[김기호 /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
"직경이 4.5cm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지뢰에요. 플라스틱 재질인데 아주 가벼워서 물에 떠서 떠밀려 오는데."

실험 영상을 보면 위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고, 군화의 뒷부분이 산산이 찢겨 나갔습니다.

지뢰 수색과 제거는 군이 맡고 있습니다.

군은 집중호우가 오고 나면 지뢰 수색에 나서지만, 유실 지뢰를 찾는 건 쉽지 않습니다.

유실지뢰는 전방 지역 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8일 집중호우로 폐쇄된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 가봤습니다.

과거 방공기지를 방어하기 위해 대인지뢰 1천 개를 묻은 곳인데, 아직 제거하지 못한 지뢰가 18개나 있습니다.

등산로 입구에 위험 안내판과 철조망도 있지만 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뢰위험지대 바로 옆에는 주민 체육시설도 있습니다.

[박은정 / 녹색연합 생태팀장]
"유실지뢰가 발생하면 지뢰지대가 더 넓어지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국에 매설된 지뢰는 82만 개.

후방에도 3천 개 가까운 지뢰가 남아 있습니다. 

모두 우리 군을 방어하기 위해 매설된 지뢰들입니다.

경험이 부족한 사병들이 탐지와 제거에 투입되다보니 사고 위험도 높은 상황.

민간 전문가를 투입하자는 법안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진 못했습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지뢰 수색과 제거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남영주 기자 dragonball@ichannela.com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