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서해 섬마을 ‘고기국수’ 20년만에 돌아왔다
  • 2년 전
농사에 바닷일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섬마을 주민들은 닷새마다 돌아오는 장날을 다 챙기지는 못했다. 막내는 한 달에 한 번 아버지 손을 잡고 장배에 오르는 특권을 누렸다. 장배는 섬을 돌며 주민을 태운 뒤 육지까지 데려다주는 상선이었다. 당시 섬에선 장배가 육지로 나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대처로 유학을 떠난 삼촌과 형, 누나도 장배를 타고 오갔다. 돌아오는 장배에는 소와 돼지가 실렸다. 돼지는 섬에서 애지중지 키우는 가축이었다. 번식력도 좋고 잔반을 처리해주는 데다 특별한 날엔 고기를 제공해주는 존재였다. 그래서 섬에선 고기가 늘 부족했다. 육지에서 손님이 오거나 잔칫날에나 먹을 수 있었다. 40~50년 전 충남 보령 섬에서 자란 아이들의 얘기다.
 
원산도를 비롯한 보령 지역 섬에서는 특별한 날이면 상에 ‘고기국수’가 올라왔다. 삶은 돼지고기를 얇게 편을 썰어 고명으로 얹어 먹는 국수다. 섬에선 논은 고사하고 밭도 넓지 않아 소를 키우는 집이 흔치 않았다. 고기가 워낙 귀해 소고기를 고명으로 얹을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나마 돼지고기도 양이 적어 얇게 썰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40년 전만 해도 섬에서는 삼겹살이나 목살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기름기가 많은 데다 가끔 먹다 보니 배탈이 날 때가 잦아서였다. 당시 어른들은 “모든 돼지고기는 삶아서 수육으로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고기국수에 얹어 먹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고기국수는 칠순·회갑이나 결혼식 피로연 때도 상에 올랐다. 원산도 맞은편 태안 안면도에서도 같은 풍습이 있었다. 육지와 단절된 섬 만의 독특한 음식문화였다. 그런 고기국수는 20년 전...

기사 원문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4530?cloc=daily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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