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가다]“싸다 싸” 엔저 타고 日 찾는 ‘큰손’

  • 2년 전


[앵커]
전세계 부동산 큰손이 최근엔 일본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미국 부동산이 금리와 환율이 올라가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진 데 반해 일본 부동산은 매수 구간에 진입했다, 판단하는 건데요.

오랜 침체로 부동산 규제가 심하지 않은데다 여전히 국제도시이고, 무엇보다 역사적인 ‘엔저’가 큰 동인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를 가다 김민지 특파원이 현지에서 전해왔습니다.

[기자]
도쿄 중심가에 최적의 교통입지를 자랑하는 32층 복합빌딩이 우뚝 서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곳의 매각을 추진 중인데, 골드만삭스 등 세계 최고 부동산 회사 10여 곳이 참여했습니다.

도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빌딩보다 더 비싸게 팔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달 들어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일본 자산을 헐값에 사려는 투자자들이 몰린 겁니다.

강력한 자국 방역 지침 탓에 일본 방문이 힘든 중국이나 홍콩 자산가들은 매물을 직접 보지 못해도 선뜻 돈다발을 내놓습니다.

[크리스 / 일본 부동산 매매 컨설턴트]
"온라인 투어로 소개하고 있어요. 3개월 전보다 20%나 저렴해졌죠. 일본은 당신이 부동산을 사도 일본인이 산 것과 똑같아요."

지난해 올림픽 선수촌이 들어서며 인기가 높아진 타워 맨션 주택가를 찾았습니다.

청소를 마친 빈집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장음]
"구멍을 뚫어서 액자를 거는 게 아니라 저 위에 줄을 달아서…"

87㎡ 구조로 침실 3개가 있는 주택의 가격은 12억 원 정도.

2년 전 이 집을 사려면 14억 4천만 원 이상 필요했습니다.

감가상각이 있어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순 없지만 임대 수익은 충분합니다.

[나은선 / 일본 부동산 회사 소속 공인중개사]
"월세 수익은 3~4% 정도이지만 도쿄 중심부 뿐 아니라 오키나와, 오사카 등 유명 관광지 주변도 많이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김재혁 / 일본 중소형 맨션 4채 소유]
"시세보다 저렴하고 출구전략이 확실하다면 투자해도 좋은 부동산이 되겠습니다."

10억 원대 꼬마빌딩도 도쿄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11억 원 정도인데 6가구가 살 수 있고 임대 수익률이 5.4% 정도 됩니다.

[백 승 / 일본 신주쿠 5층 꼬마빌딩 보유]
"5% 넘는 (임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엔저 효과가 있어서 수익률이 더 좋아졌기 때문에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 있습니다."

다만, 맹목적인 일본 부동산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백 승 / 일본 신주쿠 5층 꼬마빌딩 보유]
"(일본어를)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생기면 큰 실수가 될 수도 있고요. 무작정 수익률만 보고 들어간다는 것은 무모한 결정입니다."

1990년대 자산 버블 이후 주택 가격이 폭락했던 일본.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안정세와 역대급 엔저 현상으로 올해 10조 원 가까운 뭉칫돈이 전세계에서 몰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도쿄에서 채널A 뉴스 김민지입니다.

김민지 도쿄 특파원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최창규


김민지 기자 mettym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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