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기자]“결렬”에서 유턴…尹-安, 단일화 ‘막전막후’

  • 2년 전


아는 기자, 아자 시작합니다.

정치부 송찬욱 기자와 단일화 궁금증 다 풀어보겠습니다.

Q. 송 기자, 궁금한 게 많으니 취재 내용 잘 설명해주시고요. 지난 일요일에 단일화가 결렬이 됐습니다. 4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안철수 후보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 건 단일화 결렬 이틀 뒤, 그러니까 그제입니다.

양측간 물밑 접촉이 다시 시작됐고, 안철수 후보는 이렇게 말합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선 후보(지난 1일)]
"중요한 어떤 어젠다에 대해서 논의를 하자고 한다면 어떤 정치인이든지 만날 용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낮부터 장제원, 이태규 의원 라인이 다시 가동됐습니다.

Q. 어제 낮부터 본격 접촉이 시작된거네요. 어제 오후 8시에 TV토론이 있었잖아요. 그때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는 단일화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건가요?

두 후보, 장제원, 이태규 의원이 협상을 재개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정확히 9시에 시작했다는 것은 몰랐다는 게 양측 공통된 설명입니다.

Q. 좀 더 자세히 보지요. 어젯밤 9시 장제원, 이태규 의원이 협상을 다시 시작했고, 오늘 0시쯤부터는 윤, 안 두 후보까지 가세해 4명이 2시간 정도 얘기를 했다는거에요. 윤, 안 후보 사이 무슨 말이 오간겁니까.

안철수 후보, 신뢰담보, 정부 운영, 합당 방안 등 윤석열 후보에게 던질 3가지 질문을 메모지에 직접 적어 왔다고 합니다.

두 사람간 단일화가 성사된 배경, 바로 신뢰 회복이었던 것 같은데요.

안 후보가 "약속이든, 종이든, 각서든 국민 앞에 하는 약속은 결국 신뢰가 없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이에 윤 후보는 "종이쪼가리가 뭐가 필요하겠나",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 "오해를 다 풀고 나를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이 오해라는 게, 안 후보가 과거 윤 후보 측이 "윤 후보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결국 답이 없어서 바람을 맞은 경험을 거론했고요.

이런 오해가 쌓여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건데, 윤 후보나 장 의원 모두 이 얘길 듣고 놀랐다고 합니다.

약 2시간 동안 만났는데 합의에 이르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정도였다고 합니다.

안 후보가 또 "성공한 정부를 만들고 싶다"고 하자, 윤 후보는 "성공의 과실은 안 후보께 가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담보 아니겠냐"라며 "나는 5년이면 끝나지만 새로운 정부의 혜택은 안 후보께서 가져갈 것"이라고 화답하기도 했습니다.

신뢰 회복 후에는 캔맥주를 마시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Q. 토론회 마치고 만난 장소가, 장제원 의원의 매형 집이에요. 상당히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방역수칙 때문에 한밤 중에 갈 수 있는 식당은 없고, 사람들 눈에 띄는 곳에서 만나기도 어려웠겠죠.

그래서 안 후보와 인연이 깊은 장제원 의원의 매형이 '매개체'가 됐고, 그의 자택은 '만남의 장소'가 됐습니다.

[윤석열 / 국민의힘 대선 후보(지난달 27일)]
"장제원 의원은 매형과 안철수 후보가 카이스트 교수인데, 가까운 사이로 저도 알고 있어서 서로 의사 전달하기 편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하고요."

Q. 두 후보 모두, 단일화 대가로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안 후보에게 뭔가를 약속을 하지 않았을까요.

선언문을 보면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데요.

함께 정권을 인수하고, 함께 정권을 준비하며, 함께 정부를 구성한다.

인수위와 정부 운영을 공동으로 한다는 건데요.

안 후보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대선 이후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Q. 안철수 후보가 왜 마음을 바꿨는지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거 같아요. '윤석열 당선된다면, 안철수가 당내에서 제대로 역할 맡을 수 있을지?(유튜브 : 배**)', '안철수, 다당제 얘기하더니 결국 철수…역풍 불 거 같은데?(유튜브 : 싱*)'라고 묻는데요.

완주보다 단일화가 득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겠지요.

대선 이후에도 정치를 계속 한다면 뭐가 도움이 될까 생각했을텐데요.

오늘 기자회견 중에 이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선 후보]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입법활동 했습니다만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 업무 하지 못했습니다. 할만한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만드는 제 실행력을 증명해서 그분들께 보답하겠습니다."

여러 단일화에서 고배를 마셨던 게 행정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행정 경험을 쌓아 이미지를 바꾸겠다, 이런 의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Q. 이번 단일화가 대선 결과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사실 제일 중요하죠. 여론조사 공표가 안 되니까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는데요. 윤 후보 득표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단정 지어서 말할 수 있나요?

물론 '1+1=2', 이렇게 산수처럼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윤 후보 입장에선 상대 진영의 소극적 지지자의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심리적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윤 후보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경험 부족과 강한 보수 성향을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윤 후보 지지층의 결집이 느슨해질 수 있고 위협을 느낀 상대 진영의 지지층이 더 결집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정몽준 후보의 대선 하루 전 단일화 파기로 위기감을 느낀 노무현 후보 지지층이 결집한 2002년 대선 상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사실 단일화 효과가 표로 명확하지 않으면 국민의힘 입장에선 오히려 당선 이후 부담만 안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런 시각도 있을 수 있는데, 윤 후보 측에서 초반에 단일화를 추진할 때 집권 이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설명이 많았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거대 야당과 맞서야 하는 '여소야대' 정국이 되는데요.

집권 초기에 정부 구성부터 정책 추진까지 야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믿을 것은 '여론의 지지'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중도 성향의 안 후보와 단일화로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Q. 하지만, 국민의힘에는 이준석 대표가 있습니다. 아직 대표 임기가 1년 넘게 남았는데요. 안 후보와 충돌은 없을까요?

대선 직후 합당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오늘 두 사람 묘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선 후보]
"(이준석 대표로부터 모욕적인 표현을 들었는데 그런 앙금은 안 남았나요?) 저는 별로 관심 없는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 사람 어떤 이야기했는지 모릅니다."

[이준석 / 국민의힘 대표]
"만약 안철수 대표께서 내년으로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 출마한다 하면 경쟁을 통해서 당권 도전하실 수 있고, (현재) 당권이라고 표현될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율 생각 없습니다."

벌써 당권 얘기까지 나오는데, 윤 후보는 단일화 상황을 이 대표와 사전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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