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백신 재고떨이?‥아프리카 유통기한 지난 백신 폐기

  • 2년 전
◀ 앵커 ▶

오미크론의 확산이 빨라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백신 접종이 중요해진 상황이죠.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부받은 백신을 쓰레기 매립장에 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합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신정연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나이지리아의 한 쓰레기 매립지.

대형 트럭이 1백여 개의 상자와 마대 자루를 쏟아냅니다.

트럭이 버리는 건 쓰레기가 아니라 코로나 백신입니다.

선진국이 중심이 된 백신 분배 프로젝트 '코백스'를 통해 공급된 건데, 모두 유통기한이 지났습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날 하루에만 106만 명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을 폐기했습니다.

현지 보건당국은 백신이 들어올 때부터 이미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태였다며, 백신을 사재기했던 부자 나라들이 유통 기한이 끝나가자 가난한 나라에 기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파이잘 슈아이브/나이지리아 국립건강관리개발기구 대표]
"백신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은 걸 알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유통기한이 4주밖에 안 남은 것도 있었습니다."

## 광고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백신 폐기 사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말라위가 지난 5월 아프리카 국가 중 처음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 2만 회분을 불태웠고, 지난달 20만 회분을 폐기한 세네갈은 다음 주에 20만 회 분을 또 버려야 할 처지입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도로와 전력 사정이 열악해 백신 운송과 보관이 쉽지 않다며 유통기한이 최소 10주 이상 남은 백신을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유누사 바와/나이지리아 의료인]
"백신을 각 마을에 분배하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이 병원엔 제 개인 오토바이 한 대밖에 없습니다."

현재 주요 선진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80% 안팎인데, 아프리카는 7%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지 않는 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낼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

영상편집: 이정섭영상편집: 이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