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모 위해 1층 셋방 얻었는데…불길에 출구 막혀

  • 3년 전
◀ 앵커 ▶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을 덮친 새벽 화재로, 딸과 함께 잠을 자던 90대 노모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졌습니다.

빌라 윗층에 살던 50대 딸은 어머니를 돌보러 내려왔다가 함께 고립이 됐는데, 현재 위독한 상태입니다.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인적이 끊긴 새벽 1시.

불길과 연기가 삽시간에 건물 전체를 휘감습니다.

허겁지겁 뛰쳐나온 주민들이 소화기를 들고 불길에 맞서보지만, 불길은 더 거세게 일어납니다.

소방차가 도착하자 다급한 주민들은 발을 동동거리며 손짓을 합니다.

하지만 1층 출입구는 이미 불길에 막혔고, 차량들로까지 불이 옮겨붙었습니다.

## 광고 ##[소방대원]
"3층 화장실 요구조자 4명 있다고 했죠?"

주민 30명이 대피하거나 구조됐는데 한 50대 남성은 불을 피해 3층에서 뛰어내리기도 했습니다.

[김민수/2층 주민]
"문을 열었는데 이미 연기가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고, 눈 감고는 계단이 몇 개인지 알아서 나왔거든요."

"필로티 구조의 1층 천장은 물론 건물 외벽까지 모두 떨어져내렸습니다. 주차된 차량도 뼈대만 남은 채 전부 타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빌라는 주차장 맨 안쪽에 단칸방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90대 노모와 50대 딸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현관문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소방관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노모는 결국 숨졌고, 딸은 위독한 상태입니다.

[이웃 주민]
"(모녀가) 사이가 좋으시죠. 저게 따님 차예요. 저걸로 모셔다 드리기도 하고, 불편하면 병원도 같이 다녀오시기도 하고…"

기초생활수급자인 노모는 10여년 전부터 4층에서 막내딸 가족과 함께 살다 몇년 전 1층 월세 30만원짜리 방으로 내려왔습니다.

건물에 승강기가 없어 방을 따로 얻은 건데 딸은 이날 어머니와 함께 잠을 자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유가족]
"어머니가 다리가 아프셔서 못 올라가시니까 여기다가 쪽방을 얻었거든요. (딸이) 데려다 모시고 맛있는 거 해드리고 매일 그렇게 했었어요."

경찰과 소방당국은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불이 시작돼 주변에 쌓여있던 생활용품 등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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