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4할 타자'도 출전 기회 박탈…눈물 흘린 고교 유망주

  • 3년 전
◀ 앵커 ▶

야구로 유명한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개인성적이 뛰어난 유망주들이 "경기에 나가질 못하고 있다"면서 다른 학교로 잇따라 전학을 가고 있습니다.

새로 온 감독한테 밉보여서 보복성으로 출전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는 건데요, 대학 진학을 좌우하는 출전 기회, 그 출전권을 쥐고 있는 감독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이준희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018년 8월, 목동에서 열린 전국 고교 야구대회.

1학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 광고 ##거침없이 안타를 치고 추가 점수를 뽑아냅니다.

그해, 이 선수는 정규 1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 9푼을 넘겼습니다.

[C 씨/인천 OO고 전 코치]
"눈에 띄는 선수였죠. 체력 조건도 좋았고… 같은 학년에서도 제일 괜찮았으니까요."

그런데 그해 말, 새로운 감독이 부임한 뒤 상황이 달라집니다.

신임 감독 이 모 씨는 오자마자 학부모들에게 연봉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7천만 원에서, 40% 가까이 인상된 9천6백만 원으로 올려달라는 겁니다.

A 군의 아버지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A군 아버지]
"두 달 만에 9천6백, 또 올리는 거예요. 보너스 400%에다가… 클레임을 걸었어요. 이게 비상식적이잖아요."

그 뒤, 2학년이 된 A 군은 4월 대회를 앞두고 10여 차례 진행한 연습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A 선수]
"어쩌다 대타 한번 이렇게만 나갔지 선발 기회는 한 번도 없었고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많이 울었죠, 그때는…"

선수에겐 치명적인, 이른바 '출전 배제'를 당한 겁니다.

[C 씨/인천 OO고 전 코치]
"(감독이) 말도 많고 좀 부모가 안 좋다는 그런 얘기 하면서 슬슬 배제를 시키는 거죠. 야구는 단체 종목인데, 여기에서 시합을 안 내보낸다는 것은 그거 하나로 선수 죽이는 거예요."

아들의 앞길을 망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A 군의 아버지는 감독에게 사정했다고 합니다.

[A군 아버지]
"제가 잘못한 거면 용서를 빌게요. 아들은 잘못이 없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감독이) '아 정말 귀찮게 하네' 막 이렇게…"

A 선수는 버티다 못해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D 씨/인천 OO고 전 코치]
"계속 뭐 아이들 시합을 안 내보내고 그러면 나중에 못 버티는 거죠, 본인들이…"

이에 대한 이 감독의 주장은 좀 다릅니다.

'출전 배제'를 한 적 없고, 전학은 학생이 원해서 간 거라고 했습니다.

[이 모 씨/인천 00고 감독]
"아니 2학년 때인데 뭐 출전 기회가 어디 있어요. 3루수 봤다, 1루수 봤다 왔다갔다 하니까 자기가 그냥 전학 가겠다 그렇게 된 거지. 다른 거 없어요."

그런데 다음 해 비슷한 상황이 또 벌어집니다.

이 감독은 연봉을 1억 2천만 원으로 다시 올려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학부모들이 일제히 반발했고, 그 과정에서 눈 밖에 난 한 학부모의 아들이 희생양이 됐습니다.

이 1학년 학생은 주말리그 타율 4할 6푼을 기록한 팀 내 최고의 타자였습니다.

[D 씨/인천 OO고 전 코치]
"(B 선수는) 자기 스윙을 할 줄 알고 장타력도 좋고 거기에 또 저 친구가 선구안도 좋고."

하지만 곧바로 경기에 뛰는 횟수가 반 토막 났습니다.

16경기 가운데 출전한 건 8경기, 그나마 4경기는 교체 선수로 뛰었습니다.

끝내, 이 선수도 짐을 쌌습니다.

모두가 탐낼 법한 유망주들이 잇따라 이탈하자, 다른 학교 감독들이 더 놀랐습니다.

[수도권 00고교 감독]
"'주전으로 뛰는 선수다'라고… 아니 왜 거기서 잘하고 있는 애가 전학을 오려고 하냐 저도 좀 이해가 안 됐죠."

이 감독은 당시 학부모들이 출전 명단을 3학년 위주로 짜달라고 부탁해 따른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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