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필리핀 할머니 비극…“손주 먹이려 매일 도시락 받아가”

  • 3년 전


필리핀 다문화가족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주 재개발구역 화재 사건 전해드렸습니다.

숨진 할머니가 불편한 몸에도 손주들과 나눠먹기 위해 매일 복지관에서 도시락을 타간 사연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강경모 기자입니다.

[리포트]
불에 탄 집 앞에 국화꽃이 놓였습니다.

"하늘나라에선 행복하게 웃으라"고 적은 손편지도 보입니다.

어제 새벽 화재로 숨진 다문화 일가족을 추모하러 온 시민들이 가져온 겁니다.

[박미경 / 강원 원주시]
"현장에 와서 보니까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복잡하고."

이웃들은 변을 당한 다문화가족이 생활고를 겪어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숨진 필리핀 국적의 70대 할머니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복지관에서 도시락을 타왔습니다.

자신에게 지급된 1인분 남짓한 분량이지만 어린 외손주 남매와 나눠 먹은 겁니다.

[안순남 / 강원 원주시]
"매일 공동체에서 도시락을 얻어다 먹고, 다리도 절름절름 거리고 아프다 그러면서…"

3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의 딸 가족에게 온 할머니는

사부인과 함께 지낼 때만 해도 건강 상태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친구처럼 지냈던 사부인이 지병으로 사망한 뒤 육아 부담이 크게 늘었고

설상가상으로 필리핀인 딸도 최근 직장을 잃었습니다.

주민들은 숨진 아이들 생각에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이웃 주민]
"애들이 착하고 예뻐 두 남매 모두. 우리 신랑이 충격이 컸지…"

경찰은 오늘 합동감식을 실시한 데 이어 할머니와 손주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습니다.

[하태화 / 밥상공동체 사회복지관 부장]
"(도시락을) 받으러 길 건너 오시면서 손 흔들던 모습이 사실은 오늘도 눈에 선하고요. 참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kkm@donga.com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김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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