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프로레슬러 '악플'에 숨져…"악플러 신상 밝혀야"

  • 4년 전
◀ 앵커 ▶

최근 일본에서는 20대 여성 프로 레슬러가 악성 댓글, 이른바 악플에 시달리다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정부가, 악플 작성자의 신상 공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나섰는데,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도쿄 고현승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3일, 여성 프로레슬러 22살 기무라 하나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SNS에는 "매일 100건 가까운 비방글에 상처받은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사랑받고 싶은 인생이었다" 같은 마지막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기무라 씨는 작년 10월부터 젊은 남녀들이 한 집에 살며 벌어지는 상황을 생생히 보여주는 인기 리얼리티쇼에 출연해왔습니다.

악플이 쏟아지기 시작한 건 두 달 전 자신의 레슬링 옷을 잘못 세탁한 남성 출연자를 호되게 질책하는 모습이 방영된 뒤부터로 알려졌습니다.

기무라의 사망을 계기로 악플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일본 총무상]
"공개 대상에 게시자 정보를 추가하고, 공개 절차를 원활하게 하는 방안 등에 관해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일본에선 소송을 해야만 악플 게시자의 신상을 알 수 있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이참에 절차를 간소화하고 이름 외에 전화번호 등 더 많은 신상정보 공개도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를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상공개가 남용되면 정당한 비판과 주장까지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정부 대책과는 별개로 일본 SNS 사업자 단체는 비방글을 올린 이용자에게 서비스 이용 정지 조처를 하겠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찬반 논란으로 시간을 끌기에는 일본에서도 악플의 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 : 이장식, 김진호(도쿄) 영상편집 : 장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