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아이들…인권위 "강제 출국 안돼"

  • 4년 전
◀ 앵커 ▶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국내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지만, 성인이 되면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 출국 되고 있습니다.

인권위가 이들을 무조건 강제로 출국시키지 말고 체류 자격을 주는 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양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0살 성진이는 혈액 종양에 걸린 뒤 숨졌습니다.

부모가 중국인 미등록 이주 노동자여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1억 원이 넘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2년 만에 다시 성진이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성진이의 누나.

다른 친구들처럼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등록 아동이다 보니 주민등록 번호가 없어 학교 홈페이지에 가입하지 못했습니다.

[성희(가명)/미등록 이주 노동자 자녀]
"홈페이지에 숙제랑 과제랑 다 올라오는데 그걸 못 보니까…"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강제 출국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성희(가명)/미등록 이주 노동자 자녀]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계속 자라왔는데 그냥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왜 나만 중국으로 가야 되나…"

미등록 아동들은 고등학교 졸업까지는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체류가 허용되지만, 성인이 되면 체류 자격이 없어져 강제 출국 대상이 됩니다.

이런 국내 미등록 아동은 만 명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늘 미등록 아동이 성인이 돼도 한국에 머물고 싶어하면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습니다.

외국인이주노동자 지원단체가 강제 출국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진정을 받아들인 겁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
"성인이 되면, 이제 (단속에) 걸리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되잖아요. 진짜 무서울 것 같아요. 낯선 나라에 가는 거고,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이 아예 뒤바뀌는 거니까."

인권위는 "한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한국 언어와 문화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한다"며 "강제출국으로 국제협약상 보장된 피해자들의 권리가 침해되선 안된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조윤기, 김효준 / 영상편집: 양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