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무방비' 장애인 선수…"어디 말할 곳 없다"

  • 4년 전
◀ 앵커 ▶

장애인 운동 선수 열 명 중에 한 명은 성 폭력 피해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가해자 대 부분은 감독과 코치 였는데, 장애인 체육계가 워낙 좁다 보니까 문제 제기를 하면 오히려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조명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7년, 장애인 조정 국가대표 선수 3명이 성추행과 폭언에 시달려왔다고 폭로했습니다.

가해자는 코치였습니다.

피해 선수들은 이 코치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고, 입에 담기 힘든 언어 폭력을 수시로 일삼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장애인체육회는 이 코치에게 자격 정지 6개월 처분만 내렸습니다.

결국 피해 선수들은 가해자인 코치와 한 팀으로 그해 9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해야 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에서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장애인 운동선수는 143명, 거의 10%에 달합니다.

특히 피해 사실을 알린 선수들의 67%는 2차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김현수/국가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장]
"신고를 한다는 것은 곧 그 스포츠계를 떠나겠다는 그런 의미를 갖습니다. 신고를 했을 때 2차 피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대로 이렇게 해결이 안 되는구나 인식을 했을 것이고…"

또, 폭력과 학대를 당했다는 장애인 선수도 22%에 달했습니다.

가해자의 절반은 감독과 코치, 3분의 1 가량은 선배 선수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신고를 한 경우는 15%에 불과했습니다.

장애인 체육계가 워낙 좁다보니 선수 생활에 불이익이나 보복을 당할까봐 신고를 꺼리는 겁니다.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장애인 선수 지도자층이 너무 얇다 보니까 (가해) 감독이 대놓고 얘기하는 거죠. '내가 안 하면 이 팀 없어' 그게 얼마나 협박이에요."

특히, 지적 장애가 있는 선수들은 부당한 신체 접촉이나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문제삼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 권고안을 마련해 상반기 안에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조명아입니다.

(영상취재 : 김희건 / 영상편집 : 김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