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천사’ 성금 도난…범인 4시간 만에 검거
  • 4년 전


매년 이맘때쯤 누군지 알 수 없는 중년 남성이 전주 노송동에 기부금을 놓고 간다는 소식, 채널A에서도 여러 번 전해드렸습니다.

올해도 따뜻한 소식 전해드렸으면 좋았을텐데, 오늘 아침 천사의 성금 상자를 훔쳐간 일당이 몇 시간 만에 붙잡혔습니다.

천사가 나타난지 20년이 되는 해, 고마운 마음을 엉뚱하게 잃어버릴 뻔 했습니다.

먼저 이다해 기자입니다.

[리포트]
주민센터에 전화가 걸려온 건 오전 10시쯤.

올해로 20년 째 기부를 해오고 있는 '얼굴없는 천사'였습니다.

돈이 든 상자를 주민센터 뒷편에 놓고 왔으니 확인해보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주민센터 측이 확인 해보니, 정작 그 곳엔 돈 상자가 없었습니다.

돈 상자가 잠시 방치된 틈을 타 누군가 훔쳐간 겁니다.

[박종표 / 노송동주민센터 직원]
"20~30분 정도 찾았는데 못 찾아서 동사무소로 돌아왔고 기부자님이 다시 전화와서 그러면 저희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해보겠다고 했거든요."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 추적 끝에 용의자로 30대 남성 두 명을 충남 논산에서 체포하고 훔친 돈을 모두 회수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지 4시간 만이었습니다.

남성들이 훔친 돈 상자에는 지폐로 6천만 원과 함께 500원과 100원짜리 동전이 든 저금통이 담겨 있었습니다.

소년 소녀 가장을 격려하는 내용의 짧은 편지도 함께 있었습니다.

얼굴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 원을 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익명으로 수천만 원이 담긴 돈 상자를 주민센터에 두고 갔습니다.

지난해까지 19년 간 기부한 성금만 6억 원이 넘습니다.

경찰은 현재 용의자들을 경찰서로 압송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다해입니다.

cando@donga.com
영상취재: 정승환
영상편집: 방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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