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중생을 두고…어른 못지않은 남중생들의 '대화방'

  • 4년 전
◀ 앵커 ▶

온라인 대화방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고 희롱했던, 가수 정 준영씨 등에게, 징역 형이 선고 됐다는 소식, 얼마 전에 전해 드렸는데요.

이번엔 서울의 한 중학교 남학생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또래 여학생들을 두고 성 희롱 발언을 하다가 적발 됐습니다.

무려 1년동안 이나 여학생들을 겨냥한, 심한 성 적 혐오 발언들이 오갔는데, 남효정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 3학년 남학생 15명이 만든 단체 대화방입니다.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리면서 '몸매가 좋다'며 성적 행위를 가리키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늘어놓습니다.

여학생들의 순위를 매기며 성행위를 암시하기도 합니다.

외모를 따져가며, 다른 여학생을 혐오하는 발언도 오갑니다.

이 학생들은 대화방에서 무려 1년 동안 일상적으로 성희롱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해당 중학교 학생 A]
"이건 선을 너무 넘은 거 같아요. 한두 번이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아무한테나 그렇게 했으니까."

심지어 자신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희롱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해당 중학교 학생 B]
"XX 쌤, XX 쌤이랑 XX 쌤 아내를 (희롱)하고… 좀 심하게…"

우연히 이 대화방을 목격한 한 여학생이 놀라 친구들에게 알렸고, 학교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 확인한 피해 여학생만 33명.

학교측은 학교폭력대책위를 열어 해당 남학생 일부를 강제 전학시키는 등 징계 조치를 내렸습니다.

[학교 관계자]
"전문 상담사를 위촉해서 반별로 들어가서 다 교육도 했고요. 조별로 트라우마 치료를 하고 있고, 가해자도 교육 받으려고 하고 있어요."

피해 여학생 1명이 자신을 희롱한 남학생 1명을 지목해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지난 달 29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경찰은 친고죄인 '모욕죄'를 적용했는데, 피해 학생의 부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피해 여학생의 신고가 잇따라 수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성적 비하나 희롱을 범죄로 여기지 않는 비뚤어진 성문화가 어린 세대에 그대로 이어지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분석합니다.

[박현이/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총괄부장]
"'정준영 단톡방'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 일상적으로 하고 있던 건데, 그게 뭐가 특별한 거야? 그게 범죄야?'라는 반응들이 일부 남성들 안에 있었다는 거죠."

교육부 조사에선 디지털 공간에서 언어적 성희롱과 폭력을 경험했다는 여자 중·고교생들은 10명 중에 4명에 달합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효·정인학, 영상편집 : 이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