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1조 지침은 어디?…'대형 폐기물' 나홀로 담당

  • 5년 전
◀ 앵커 ▶

피아노나 장롱같이 크고 무거운 폐기물은 반드시 두 명의 작업자가 옮기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작업자 혼자 위험을 떠안은 채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폐기물 대장에 적힌 주소지에 도착하자 길가에 버려진 가구들이 나타납니다.

누군가 이사를 가면서 오래된 찬장이며 책꽂이, 서랍장 같은 살림살이를 통째로 내놨습니다.

[길환성/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이 정도면 얼마 없는 거예요."

12년 베테랑 답게 작은 가구부터 척척 들어 차에 옮깁니다.

다 싣고 나면 빗자루로 주변 정리를 하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길환성/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이렇게 해놓으면 환경미화원분들이 마무리를 지어주세요."

트럭이 들어가기 힘든 좁은 골목에 대형 폐기물이 있으면 아주 곤욕입니다.

사람 키만한 장롱을 메고 차까지 걸어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길환성/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골목에서 좁은 경우가 많아서 들고가야 돼요. 이렇게… 이렇게 들고가니까 허리가 무리가 가죠…"

폐기물 업체 노동자들이 가장 꺼리는 물건은 바로 피아놉니다.

피아노 한 대의 무게는 250킬로그램.

온 힘을 다해 끌어도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국 보다 못한 가게 주인까지 나와서 힘을 보탠 끝에, 차에 싣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태원/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최소한 250에서 300kg 정도 된다고 했을 때혼자서 드는 건 힘들죠. 회사에서 1인 1조로 하니까…"

환경부는 대형 폐기물 상하차 업무를 최소 두 명이 수행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속한 폐기물 처리 업체에선 노동자들이 혼자서 대형 폐기물을 옮기고 있습니다.

대형 폐기물을 옮기고 받은 수수료 총액의 75% 정도를 회사가 가져가고 나머지 25% 정도가 노동자들 몫입니다.

이때문에 한 달에 최저 임금을 벌려면 매월 775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수거료 만 1천원짜리 소파나 피아노를 약 700대 정도 옮겨야 하는 수준입니다.

폐기물을 많이 옮길 수록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힘들지만 무리해서 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몸이 아파 일을 못하거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이 줄어듭니다.

[장복동/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너희들이 알아서 금액을 맞춰라. 여기가서 빌붙어서라도 다른 기사들한테 일을 얻어서라도 채워와라.'"

업체측은 인건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준/폐기물 처리업체 이사]
"만약 2인 1조로 한다면 현재의 스티커(수거료) 가격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가격이 나오죠. 인건비 상승이 두 배로 올라가야 되니까."

결국 노동자들은 노동 환경 개선을 지자체에 요구했고, 인천시는 해당 군구청에 지침을 준수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