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들여 설치했더니…현장에선 돈 들여 고장내
  • 4년 전
◀ 앵커 ▶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각 지자체들은 오래된 화물차에 다는 미세먼지 저감장치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을 취재해 봤더니 이 미세먼지 저감장치가 작동이 안 되도록 불법 조작하는 일이 횡행하고 있었습니다.

저감장치가 차의 연비와 출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였습니다.

우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6월 화물차 기사 오 모 씨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매연저감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조작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오 씨는 매달 150만 원인 기름 값을 10%가량 줄일 수 있다는 정비업자의 권유에 매연저감장치를 무력화시키는 불법 조작을 받았습니다.

[오 모 씨/화물차 기사]
"(차에) 아무 지장이 없다 하니까. 운행에도 지장이 없고, 검사에도 지장이 없고, (남은 재를) 태울 필요도 없고, 시간 절약이 되고. 그런다고 하니까 내가 이것(불법 조작)을 한 것이지요."

매연저감장치는 오염물질을 필터로 거르고 남은 재는 태우는데 이 과정에서 연비와 출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정비업자는 컴퓨터로 차량 두뇌에 해당하는 ECU를 조작해 매연저감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취재진이 같은 정비업자에게 조작을 의뢰해 봤습니다.

[제조사 직영 정비소 직원]
"그게(불법 조작 비용) 1백만 원 정도 들어가요, 사장님. 시간은 그게 한 30분에서 1시간 걸려요. 거의 (화물차 기사) 99%가 다 했어요, 그것은요."

알고 보니 이 정비업자는 화물차 제조회사의 직영 정비소 직원이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회사의 협력사 정비소 직원은 아예 출장까지 다니면서 불법 조작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제조사 협력 정비소 직원]
"제가 가서 (불법 조작) 해드리든가 해야지요. 전국을 다 다니지요. 지난주에는 평택도 갔다 왔는데…"

취재가 시작되자 사측은 해당 직원을 권고사직시키고, 개인의 일탈일 뿐 회사의 개입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지자체들이 거액을 들여 경유차 매연저감장치 장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셈.

환경부는 전문팀을 꾸려 매연저감장치 불법 조작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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