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이 간다]자살 부추긴다?…마포대교 ‘이상한 문구’
  • 5년 전



김진 기자. 오늘은 어떤 현장에 다녀왔나요?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10만 명 당 26.6명으로 또 다시 OECD 전체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런 비극적 선택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서울 마포대교에는 예방문구를 곳곳에 써놨습니다. 그런데 이 문구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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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제 옆에 보이는 자살 예방 문구 중에 몇몇이 적절치 못한 내용으로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극단적 선택의 상황에서 마음을 돌려보자는 취지로 넣은 글귀라는데요. 상당수가 가벼운 농담들이었습니다.


이런 글도 있습니다. 아빠가 좋아, 아니면 엄마가 좋아? 그런데 가장 황당한 건 짬뽕이 좋아, 아니면 짜장면이 좋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죠? 어떻습니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상황에서 이런 글들이 과연 마음을 고쳐먹는데 도움이 될까요?

 다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문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습니다.


사람이 심리에 따라서 어떻게 보면 더 화가 나는 부분도 저는 있다고 생각해가지고요.


아예 이 글귀가 눈에 안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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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저런 글들이 예방 문구로 쓰인 거죠?

저 문구들은 서울시가 2013년도에 시민 공모를 통해 선정한 것들인데요.

“수영 잘해요?” “한 번 해봐요.” 같은 문구들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문구를 많이 없애고 고쳤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저 문구들이 효과는 있나요?


올해에만 지난 7월까지 97명이 마포대교에서 투신을 시도했고, 그 중 한 명이 사망했습니다. 마포대교에서 실제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경찰은 마포대교의 순찰을 특별히 더 강화했다고 합니다.


이런 데를 보시면 거미줄이 쳐진 장소가 있어요. 보면 사람이 올라갔던 흔적이라든지 (누군가 올라가서) 거미줄이 없다든지 이런 데는 유심하게 세심하게 살펴봐야 돼요


이게 사람이 밟고 넘어가서 깨진 흔적입니다


날씨가 흐린 경우에 많은 날은 7명에서 10명까지도 오는 경우도 있고요

취재 도중 위태로워 보이는 여성을 발견했는데요.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잠시 후 경찰과 구조대가 여성의 주변을 지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요.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요.

모두가 조심스럽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데요.

다행히도 여성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여기 나오면 거의 한번은 보는 거 같아요. '죽을 용기가 있으면 나 같으면 세상도 바꾸겠다'고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말라 그러더라고요

문구를 설치한 뒤 자살 시도는 오히려 더 늘어났니다.


뭔가 나를 농락한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진짜 너무 심각한 상황에 처해가지고 난 죽고 싶은데 상대방은 농이나 칠 정도로 한가하구나. 적어도 심리학자 자문을 참고해서 달아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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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서 들은 대로 전문가의 생각이 궁금하네요.


네. 예방 문구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뭔가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은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자살에 대해서 생각하지 마세요. 할수록 그 분들은 자살이 더 선명하게 생각이 나게 되는 거예요.


예, 실제 목숨을 끊은 사람 중 90% 이상은 사전에 행동이나 감정상태를 통해 경고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따라서 가족이나 지인들의 세심한 관찰과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김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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