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아들 5·18 묘지 참배…"진심으로 사죄"

  • 5년 전
◀ 앵커 ▶

노태우 씨의 장남이 5.18 묘지를 참배하고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비록 가족을 통해서긴 하지만, 광주민주화운동의 주요 책임자가 5월 희생자들에게 사죄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남궁욱 기자입니다.

◀ 리포트 ▶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사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씨입니다.

노태우씨는 5.18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전두환씨와 함께 5.18 유혈진압의 주요 책임자로 거론돼왔지만,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노씨의 아들이 지난주 5.18 국립묘지를 찾아 5월 영령들에게 사죄했습니다.

재헌 씨는 방명록에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깊이 새기겠다'고 적었습니다.

[김정현/국립5.18민주묘지 관리소 주무관]
"헌화하실 때 꽃송이 12송이 정도 준비하셔서 네 군데(묘역) 돌아다니시면서 3송이씩 무릎 꿇고 하얀 국화 직접 헌화하셨습니다."

노태우 씨는 몇 해 전부터 가족들에게 '5.18민주묘지에 가서 참배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지만 오랜 투병 때문에 행동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들을 통해서 이긴 하지만 5.18의 주요 책임자들 가운데 5.18 묘역을 찾아 사죄한 것은 노태우씨가 처음입니다.

재헌씨의 참배에 동행한 한 인사는 노태우씨의 건강이 최근 악화되자 아들 재헌씨가 5.18 묘지를 찾아 아버지 대신 사죄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조진태/5.18기념재단 상임이사]
"5.18 피해 당사자들과 만나서 그야말로 진심어린 마음으로 그리고 따뜻한 위로의 말과 더불어서 (사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전두환 씨와 달리 5월 영령들에게 사죄와 반성을 한 노태우 씨.

5.18 가해자였던 노 씨의 이런 모습이 역사에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지 주목됩니다.

MBC뉴스 남궁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