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작품 '행복한' 밤샘…"고교생활 즐거워도 돼"

  • 5년 전

◀ 앵커 ▶

공교육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연속보도, 오늘 두번째 시간입니다.

일반고부터 영재고까지 우리 공교육의 목표, 사실상 대학 입학에만 맞춰져 있습니다.

이런 맹목적인 대학 진학에서 벗어나서 취업이든, 창업이든, 또 진학이든 학생 개인의 필요에 맞춰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학교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전동혁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한 애니고 애니메이션 학과의 수업.

모두 2학년이지만 벌써 졸업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김도형/한국애니고 2학년]
"(새벽) 4시반에 잤어요. 제가 원하는 일을 해서 제 창작 욕구도 해소하고. 자아 실현 같은 것도 할 수 있고. 한국 고등학생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입학한지 얼마안된 1학년도 아예 창업을 해볼까, 어른 못지 않은 포부를 밝힙니다.

[심은정/한국애니고 1학년]
"회사에 들어가면 제가 원하는 걸 만들 수 없잖아요. 시켜서 하는 걸 해야 하니까. 혼자 만들거나 1인 개발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취업이든, 창업이든, 진학이든 정해진 진로 지도는 없지만 학교는 학생 개인의 필요에 맞춰 지원을 해줍니다.

실제로 이 학교 졸업생은 취업과 대학 진학을 절반씩 해왔고, 일부는 미국과 일본 유수의 대학에도 합격했습니다.

[김병용/한국애니고 교장]
"지금 학력과잉 시대잖아요. 필요치 않는 교육을 받는 경우들도 엄청 많이 있고, 다양한 직업들이 있는데. 그 직업, 일 자체에서 숙련돼서 만들어진 사람들이 진짜 미래 인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로봇 마이스터 고등학교는 졸업생 취업률이 98%에 달합니다.

10명 중 두 세 명은 대기업에 갑니다.

비결은 학생들 스스로 로봇 제작을 협업하는 동아리 활동.

학교는 이런 동아리 운영을 최대한 지원합니다.

[김형만/서울로봇고 교사]
"자꾸 미팅을 해서 학생이 어려운 점들, 아니면 무슨 재료가 필요하다 무슨 특강이 필요하다, 이런 요구 사항들을 저희가 캐치해서 지원하면서."

나중에 대학에 가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선 방과후와 방학중에 대학 진학시 필요한 과목들을 보충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강의를 해줍니다.

[신상열/서울로봇고 교장]
"(졸업 후) 본인이 공부를 더 깊게 하고 싶어서 그 분야를 진학할 때를 대비해서, 그 베이스가 되는 소위 도구 교과에 대한 준비를 확실히 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들이 알려지면서 몇몇 인기 특성화고는 중학교 성적이 우수해야만 입학이 가능해졌습니다.

최근 열린 입학설명회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습니다.

[서현주/학부모]
"상위 1등급 성적을 가져야지 오는 걸로 돼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아니었는데, 이제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경숙/학부모]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하면 바로 대학을 가지 않고 취업을 해보고. 거기서 더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대학을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물론 고졸을 홀대하는 학벌 중심 사회는 이들 학교에도 여전히 큰 벽입니다.

그래도, 맹목적 대학 진학에서 벗어나려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시도에서, 입시 위주 공교육이 변화하는 작지만 큰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MBC뉴스 전동혁입니다.

(영상취재: 이준하, 윤병순 / 영상편집: 김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