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면허 반납률 0.2%…운전대 놓을 수 없는 노인들

  • 5년 전


연이어 사고가 일어나며 고령 운전자 면허를 자진 반납하자는 운동이 진행중인데요.

반납률이 높다는 서울도 고작 0.2% 수준입니다.

심지어 면허를 반납하고도 이동이 불편해 무면허 운전을 하는 어르신들도 있습니다.

왜 노인들이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지 취재했습니다.

김유림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평생 무사고 경력을 자랑하는 86세 인현갑 할아버지.

취재진이 귀갓길에 동행했습니다. 수 십 년을 오간 익숙한 길.

[인현갑 / 86살]
"나는 절대 과속 안 합니다. (시속) 40km 정도로 다니지."

좁은 골목 양쪽을 가득 메운 차들에, 갑자기 나타나는 자전거와 행인을 피하느라 진땀을 흘립니다.

정지 신호에도 무심코 직진하고.

갑자기 차선을 바꿔 끼어드는 버스에 깜짝 놀라 멈춰섭니다.

[인현갑 (86) / 경북 경산]
"갑작스레 옆에서 뛰쳐나오는 거. 비킬 때가 문제죠. 내가 굉장히 곤란해요."

그래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아흔까지는 운전을 할 생각입니다.

물체 인식과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노인 운전자.

당당히 교통 규칙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돌진하거나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들기 일쑤입니다.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돌진하거나 과속하다 통제력을 잃어 대형 사고를 내기도 합니다.

정부는 노인 교통 사고가 급증하면서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효과가 거의 없고, 홍보가 잘 된 서울 반납률이 0.2%에 그치고 있습니다.

당장 중소도시의 경우 대체교통수단 확보가 어렵다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문종상(90) / 경북 김천]
"택시 내 돈 주고 택시 타고 가고, 안 그러면 걸어가고. (지금도) 불편해 죽겠는데."

심지어는 면허를 반납한 뒤 무면허 운전을 하는 노인도 많아졌습니다.

최근 2년 간 다른 세대의 무면허 운전 적발이 크게 줄었지만 60대 이상에서만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운전 면허를 자진 반납했을 경우 일부 지자체는 자체 예산으로 일시금 10만 원 등 일시적 혜택만 줄 뿐.

효율적인 자진 반납을 유도하려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민경욱 / 자유한국당 의원 (국토교통위원회)]
"(현재 인센티브는) 다 일회성이고 이벤트 성입니다. 노인 전용 택시라든가, 운송 방안을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는 걸 마련해야."

사실 더 큰 문제는 상시적으로 운전대를 잡는 고령 택시운전사입니다.

서울시내 택시 운전자 10명 중 1명은 70세 이상이고 85세 이상도 40명이나 됩니다.

생계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면허 자진 반납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라는 지적입니다.

[윤태중(73) / 개인 택시 운전]
"면허 반납하면 뭘 먹고 살아, 멀쩡한 사람이? 먹고 살 길이 없잖아요."

국회 추산 결과 일반 노인 운전자들의 택시, 버스비를 지원하는데만 2022년까지 685억 원 예산이 추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노인 개인 택시 운전자의 면허를 매입하려면 1인 당 1억 원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민의 안전과 어르신의 이동권이 걸린 노인 운전 문제.

더는 미루지 말고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합니다.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윤순용
구성 지한결 손지은
그래픽 안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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